이틀 전 곶자왈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자동차 계기판에 점검 신호가 들어왔다. 공식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니 월요일에나 가능하다고 하고 월요일까지는 차량 운행이 불가하다. 예측하지 못한 일은 여행의 필수 코스라고 해야 하지만 살아가는 것이 그렇하듯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그래서 오늘은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4월 무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서우봉을 향해서 출발했다. 호기롭게 출발하여 세화리까지 익숙한 길을 달린다. 오늘도 찬란한 날씨를 허락해주었다. 어제 친구들과 들렀던 카페와 문방구가 보이고 에메랄드 바다를 지나 달린다. 평대 해변에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이 보인다. 샌드위치 가게를 지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푸른 하늘에 하얀 드레스가 펄럭인다. 길가 트럭에 모자가 한가득이다. 각양각색의 모자를 전시하느라 바쁘다.
풍력발전기가 가까워지면서 월정리의 신재생에너지 연구시설을 지난다. 풍력발전기는 강원도에서도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지만 제주의 바다와 만나면 다른 느낌이다.
월정리 바다에 서핑과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김녕 성재기 해변에서 해변 자전거길은 끝나고 김녕마을을 둘러서 돌아나간다. 감자 세알과 미숫가루로 아침을 먹고 달리니 점점 호흡이 거칠어진다.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 마을 음식점으로 들어가 회국수를 먹었다. 빨간 국수에 회가 얹어있다. 김녕에서 함덕까지는 10km, 달리는 길에 남편이 걱정스러운 듯, 뒤를 돌아본다. 멀리 반가운 함덕 바다가 보인다. 하얀 모래에 푸른 바다가 빛난다. 함덕 해수욕장의 카페에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서우봉을 올랐다. 하얀색과 보라색의 무꽃과 유채꽃이 아름답다. 한 시간 남짓 둘레길을 걷고 서우봉 정상에서 멀리 내가 돌아온 길과 돌아가야 할 길이 보였다.
(서우봉의 유채꽃)
(서우봉 정상)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전거에 올랐다. 김녕마을 길에서 남편이 연신 뒤를 돌아보며 괜찮은지 물었다. 나는 OK !라고 소리쳤다. 김녕 바닷길로 들어서 해안도로를 달리니 마음이 편하다. 풍력발전기가 바람소리를 낸다. 그 바람소리와 함께 달린다. 얼마나 달렸을까 월정리 해변이 여전히 소란스럽다. 해변을 거니는 엄마와 아이를 지나고 소란스러운 가게를 지나 달린다. 바다 길 트럭 사장님이 팔던 모자를 정리하고 있다. 여전히 카약을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오후의 색이 더해진다. 평대해변을 지나고 익숙한 나의 세화 바다가 멀리 보인다. 반가울 따름이다. 세화리에서 메밀국수와 돈가스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남편은 마트에서 와인을 한병 사서 가방에 넣었다. 거센 바람을 안고 달리며 하도리 별방진 집으로 돌아왔다.
52.25km를 달리고 서우봉 2km를 걸었다. 벌써 온몸이 아프고 저리다. 불편한 잠자리에서 눈을 감고 오늘의 길을 떠올렸다. 푸른 바다와 바람소리가 들렸다. 몸은 힘들지만 바람소리가 벌써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