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라 Aug 27. 2019

아프리카에 관한 편견

르완다 19



르완다에 와서 알았다. 내가 아프리카에 편견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언론의 문제는 몇 가지 부분적인 이미지를 그 사회의 전부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가 그렇게 편향된 것이었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 내 머릿속 아프리카는 기아와 에이즈, 풍토병이 창궐하는 곳이었다. 한 마디로 사람이 살 데가 못 되는 곳이었다. 르완다 키갈리에서 생활하며 이 모든 게 아주 부분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행이란 내가 이 세계에 대해 갖고 있던 부분적인 이미지를 수정하는 과정이다. 세계에 대한 더 진실한 이미지를 구성하는 것, 그것이 여행의 큰 즐거움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르완다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치안이 안전한 나라여서 이를 아프리카 전체에 적용할 수는 없다. 콩고민주공화국처럼 상태가 안 좋은 나라도 꽤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 관한 언론의 이미지는 매우 일방적이고 왜곡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각 나라들이 한국, 중국, 일본이 모두 다르고 동남아 국가들도 저마다 다른 것처럼 아프리카도 하나의 아프리카로 획일화해서 말할 수 없다. 아프리카 동부와 서부의 거리는 한국과 동남아보다 멀고 북부와 남부는 한국에서 유럽만큼이나 멀다.

내가 만난 아프리카는 한 마디로 '아름다운' 땅이었다. 이곳에 빈곤, 질병, 위생 문제는 상존하지만 이는 모든 저개발국의 공통된 문제다. 한국전쟁 직후 우리 또한 그랬다. 이는 문명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지 이 땅, 아프리카만의 고유한 문제는 아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기본적인 건 다 있지만 산업화된 국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생필품은 있지만 우리가 당연히 누리던 많은 것이 여기 없다. 맥도날드도 없고 고급 레스토랑도 잘 없으며 음식을 비롯한 생활의 질은 많은 부분 낮은 수준에 있다. 상하수도 시설이 부족해서 수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물을 길어 먹어야 한다.  포장도로보다 비포장 흙길이 많다. 이집트를 제외하고는 큰 왕국이나 제국이 잘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유적이나 문화도 없다. 자연과 동물 말고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셈이다. 과거에 찬란한 불교문명을 꽃피웠던 동남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명이 비어 있는 풍경'이야말로 어쩌면 아프리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른다.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인류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아프리카는 산업화가 되기 전, 우리 모두의 ‘과거’를 보여주는 땅이다. 아프리카는 알래스카와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야생동물의 무리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땅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는 동물이 없고 국립공원 등지에서만 야생동물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다른 대륙에서 멸종한 야생동물의 유일한 서식지로 남아 있는 곳이다. 사파리를 보고 나서 이곳이 인류에게 얼마나 소중한 땅인가 하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맑고 따스한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르완다는 인접국에 비하면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일할 때 속 터지는 부분이 있으며 신용을 지키며 비즈니스를 하는 마인드도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16세기 이래 상업이 발달하여 세계통화가 사용되고 신용사회가 정착된 서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고, 아프리카 각국의 빈곤과 교육 수준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르완다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했다. 다른 볼거리가 없다보니 여기선 사람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지역 사람들이 평소 특별히 밝은 표정은 아니지만 감정을 표현할 땐 자연스러운 따스함이 묻어난다. 키갈리에서도, 시골 마을에서도 길을 가노라면 언제나 방긋 미소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여인들을 만났다. 인사만으론 성에 차지 않아 내 손을 꼭 쥐는 꼬마들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내게 아프리카는 화려한 무늬가 박힌 원색의 아프리카 패션과 함께 악수를 하자며 손을 내미는 사람들의 정감어린 몸짓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인류의 역사가 전쟁과 피비린내나는 살육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사람의 본래 모습은 이처럼 ‘선한’ 얼굴이 아닐까 아프리카는 그런 생각을 하게 했다. 가진 것이 별로 없고 불편한 환경이지만 타인을 향한 미소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을 나는 잠시 거쳐 간 모든 곳에서 만났다.


@2019



이전 18화 하루 한 시간의 천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