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15
8월 15일, 대사관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조촐한 행사였지만, 한국서 공수한 재료로 만든 한식 뷔페가 넘 맛있어 모처럼 행복한 한 때였다. 르완다는 바다가 없어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고 레스토랑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 3.1절 때는 100주년이라 기념행사를 좀 크게 한 모양이다. 그땐 200여 명 되는 교민이 거의 모였다 한다. 교민사회의 역사는 이제 이십년쯤이라 한다. 반면에 중국과 인도 사람은 영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할 때부터 들어오기 시작해서 정착한 지 벌써 백 년이다. 화교는 주로 호텔과 아파트 등 건축사업을 많이 하고, 인도인은 의약품 유통 쪽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식당부터 시작하는 단계다. 키갈리에 한식당이 세 곳이나 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아프리칸 레스토랑이 한 곳 더 있다. kt가 여기서 인터넷사업을 하다 적자 누적으로 곧 철수한다고 들었다. 아프리카가 비즈니스적 신뢰관계가 정착이 안 돼 사업할 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화교와 인도인은 여기 오래 살아서 아프리카의 생리를 잘 알기에 유리하다고 한다.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내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한국은 외교 분야에서 국익을 더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단적인 예로 여기 대사관저와 공관 월세가 합쳐서 한 달에 몇 천만원이다. 월세 몇 년만 모으면 그 땅을 살 수 있는데 한국은 그렇게 안 한다. 하물며 브룬디 같은 작은 나라도 여기서 공관은 자기네가 소유하고 있는데.
서울 경복궁 아래 덕수궁 옆에 있는 영국대사관과 러시아 대사관, 맞은 편 미국 대사관 등을 생각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들은 백여 년 전에 그 좋은 땅을 차지하고는 지금까지 그 자리의 주인 행세다. 르완다도 앞으로 경제가 발전하면 월세도 땅값도 계속 오른다. 비싼 월세를 감당 못하면 공관을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쓰다보니 어쩌다 부동산 글이 되고 말았지만 결론은 이거다. 어떤 분야든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앞을 내다보는 책무성이 지금보다 더 요구된다는 것.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