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흘러갔다
이제 다 왔어.
우리는 마지막 정류장에 도착했어.
12년의 결혼 후 남편과 헤어질 때 한 나의 말이다.
그렇게 헤어지고 또 6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았다.
6년 반이란 시간은 나에게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깊은 상처가 아픔으로 나와 함께 했다.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로 한 가족이 되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데 많은 댓가를 처절히 지불했다.결코, 절대로 되돌아 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
우리의 삶은 항상 내 생각과 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신을 믿지 않더라도 이 자연의 이치를 우리는 알지만 또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나의 생각을 고집한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다.
나는 결국 내가 만난 하나님이 원하시는
‘순종’의 길을 택하였다.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나는 믿지 않았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아. 그 성격이 어디로 가겠어!’
항상 고민의 마지막에 이르는 남편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나는 피하려고 했고 ‘이것만은 제발 제게 요구하지 말아 주세요’ 하는 마음이었다.
나를 무장해제시키려는 하나님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땅 속에 묻어 둔 과거의 사람을
마치 새사람으로 부활시키지 않는 이상
어떻게 다시 시작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왔다는
신호음이 내 마음 안에서 부터 들려왔다.
항복이다. 나를 내려놓음이다.
이사야 43:18-19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누더기가 되어버린 과거의 기억들이 여기저기서
스멀스멀 나를 괴롭혔다.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을 붙들고 힘겨운 결단을 내렸다.
내 마음 벽의 상처는 어느새 우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상이 된 상처를 지워야 했다.
내 발목을 잡고 있던 아픔의 사슬을 풀기 시작했다.
감정의 누더기로 더러워진 기억들도 태워버렸다.
그리고 내가 바뀌기로 마음을 먹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마음을 한 가닥씩
거두어들였다. 생각하기도 힘들었던 ‘용서’라는 말.
‘분노’에 가려서 ‘용서’는 오히려 뒤편에 숨어 있던 존재였다.
그리고
철저히 나를 둘러쌌던 자아 연민의 나의 성벽을...
나의 여리고성을 스스로 허물어야 했다.
나는 헌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을 과감히 입었다.
이 짧지 않은 시간은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남편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켰다.
새 옷을 입은 내 앞에 어느새 새로운 모습의
남편이 서 있다
새로운 만남이다.
새로운 삶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마치 서로가 몰랐던 것처럼 조심조심 새로워진
상대를 알아가고 있다.
이제 나는 새 동반자와 함께 종착지를 모르는
인생 여행의 길을 떠난다.
.
.
.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ROMA를 반대로 읽으면 AMOR 사랑 “ 이라고...
표지 : photo by Adam Wing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