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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Aug 22. 2021

침묵하지 않아야 하는 순간

<방관자>를 읽고

 이 책은 <방관자>라는 제목부터 불편하게 다가온다. 블랙 바탕의 표지도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제목 아래 '방관자인가? 다음 희생양인가?'라는 카피는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작가가 부제로 붙인 것이 아니라면 사족인 셈이니 말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제임스 프렐러다. 생소한 이름의 작가라 책날개의 이력을 먼저 보게 되었다.

제임스 프렐러는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출판사인 '스콜라스틱'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모리스 샌닥, 월리엄 스타이그, 에릭 칼 등 유명한 아동문학가와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라고 못 쓸쏘냐'하는 패기로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단다. 1997년 제1탄을 펴낸 '직소 존스 미스터리 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일약 스타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 시리즈는 현재 40권이 출간되었으며 1천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방관자>는 그의 첫 청소년 소설로 2009년 출간 이후 '고통스럽지만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국의 중학교 사회와 토론 교재로 널리 읽히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속표지를 넘기면  이런 말이 적혀있다.


"결국 우리는 적의 말이 아니라, 우리는 친구들의 침묵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마틴 루터 킹"


 마틴 루터 킹의 이 말은 <방관자>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피해자를 지켜보며 가만히 있는 것,
침묵하는 방관자 역시도 가해자일 수 있는 것이다.


"비폭력은 악을 행하는 인간의 의지에 얌전히 복종하는 것이 아니고 폭력자의 의지에 대해서 온 영혼을 던지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

 

본문 전 마하트마 간디의 이 말도 참 좋다. 비폭력이라는 것이
그냥 폭력에 복종하거나 얌전히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에 온 영혼을 던져 막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이야기의 시작 전 소개된 말들을 통해서도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다. 그러면서도 이 책의 본문 첫 장을 펴기가 쉽지는 않다. 먼저 피로감이 생기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폭력에 대한 뉴스나 사건들이 너무나 많고 피해자들의 상황이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 그런 이야기들은 동화나 소설의 소재로 뜨 얼마나 많이 사용되었나.

그렇기에 어느 정도 상황이 연상이 되고 그 고통을 다시 목도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방관자>는 뻔한 전개와 해결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천천히 호흡을 나눠서 읽어야지 했다가 앉은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다.



     

 주인공 에릭이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의 고향으로 이사 오고 전학을 하게 된 상황은 그리 새로운 설정은 아니다. 혼자 농구를 하다가 그리핀을 포함한 몇 명이 할렌백이라는 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도입부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어느 정도는 예상된다.


 전학한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혼자 식당에서 급식을 먹게 되었을 때 에릭의 상황도 이해가 된다. 그때 함께 점심을 먹자고 한 매력적인 그리핀과 그의 많은 친구들이 모여 앉은 식탁은 에릭에게는 안전지대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면서 언변도 좋고 매력적인 그리핀과 친구가 되었다는 것이 에릭도 뿌듯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리핀 일당이 할렌백을 괴롭히는 방식이 너무  치졸하고 폭력적이라고 느끼면서 에릭은 그리핀의 이중성에 갈등을 하게 된다.


 전학 온 처지라 다른 친구도 없는 에릭이 그리핀에 맞선다면
그 무리로부터 배척도며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될 것은 뻔하다.  
과연 에릭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이것은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에릭의 집에 놀러 왔던 그리핀은 에릭의 아빠가 선물한 CD와 동생의 돈을 훔쳐간다. 나중에 에릭은 그리핀에게 이것들을 다시 찾게 된다. 이것들을 찾는 에릭의 방식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만약 이 책에 대한 독후활동이나 토론을 한다면 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려놓으면 좋을 것이다. 소설로서는 에릭의 방식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긴장감도 형성하고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도 줄 수 있는 장면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메리라는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그녀와 에릭의 식탁에 모인 친구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소설 등 스토리에 몰입해서 속도감 있게 책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 이름 정도만 메모한다.

책 제목: 방관자

저자: 제임스 프렐러

출판: 미래인

발매: 201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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