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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벌레 잠잠이 Sep 09. 2021

'고맙다'는 말이 주는 힘

김중미 작가의 <모두 깜언>

 때로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이 더 울림을 줄 때가 있다.

'깜언'은 베트남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깜언',
 '모두 깜언'이라는 말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강화에서 산 지 13년 만에 이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김중미 작가의 말대로 <모두 깜언>'윤유정'이 살고 있는 살문리 풍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찔레꽃 향기에 우울한 유정이의 마음이 다스려지고 산에서 주운 밤을 '우주'에게 주거나 달빛 아래 시골길을 걷는 등 낭만적인 분위기를 살려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농촌이 처한 현실도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것이 그저 탁상 위의 공론처럼 겉돌지 않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매료된 유정이 작은 아빠의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살고 있는 살문리 사람들의 삶이며 우리 농촌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다소 무거운 주제가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씩씩하고 무뚝뚝한 듯하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유정이 덕분이다.


 그녀가 혼자 좋아했던 엄친아 우주가 다양한 새와 꽃, 나무와 동물에 관심과 애정이 많은 유정이에게 어찌 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졸업식날 우주는 유정이에게 편지로 고백을 하면서 현실적인 상황을 환기시키는 것도 감정의 파고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광수'는 우주가 유정이에게 고백한 것을 알고 있고 유정이도 우주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둘이 사귀어도 괜찮다고, 그래도 자신은 윤유정의 머슴이 되기로 결심했으므로 계속 좋아할 거라고 말한다. 볼 수록 멋진 녀석이다.


  광수가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기 위해 농고에 진학하는 것도 이 책에서 희망의 메시지로 읽힌다. 강화 살문리 사람들은 자신들은 능력이 없어 농사를 짓지만 자식들에게만은 농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해서, 농촌 아이들도 농사일을 돕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유정이와 광수는 기꺼이 작은 아빠의 포도밭 일을 돕는다.


  작은 아빠는 유정이를 폭력적인 친부와 도망간 친모 대신 할머니와 키운 진짜 가족이니까. 베트남에서 온 작은엄마 '투이'가 유정이에게 하는 작은 사랑의 표현들도 따뜻하다. 작은 엄마와 소통하고 조카들과 아웅다웅하며 유정이는 가슴속 깊이 있는 상처를 이겨내고 있다.


 고등학교는 모두 다르게 갔지만
단짝 친구 '지희'가 있고
과학고에는 갔으나
대체 에너지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우주가 있으며
든든한 광수가 있는 한,
유정이와 친구들은
모두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의 농촌 현실은 일한 만큼 살 수 있게 되기를,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어떤 정책 때문에 무산되는 일은 없기를, 우리 농산물을 먹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김중미 작가는 '함께 먹으며 함께 사는 게 사람 사는 것'이라는 삶의 철학을 너무도 멋지게 이 책 속에 담아냈다.



책 제목: 모두 깜언

작가: 김중미

출판사: 창비

발매: 201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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