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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Dec 06. 2016

그의 뮤즈를 보았다

질투어린 나의 시선도 함께

그의 뮤즈.


뮤즈는 어떤 뜻일까?

'이상형' 보다는 좀 더 이상적인 느낌의 '뮤즈'.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이. 그의 말에 따르면,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우주의 여인'이리라.



나는 그의 뮤즈가 누구인지 안다.


그가 내민 사진 두어 장에는 어느 아리땁고 신비로운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눈동자를 관통하지 않고도 심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프랑스 여인 특유의 진한 눈썹과 선명한 턱선에서 지적이고 강인한 느낌이 떠올랐다. 그녀는 예쁘다라는 말로는 부족한 성숙한 여인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어떤가?


그의 뮤즈에 대적할 만 하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화보 속 여인의 모습은 비너스를 떠올리게 한다면, 거울 속 나의 모습은 뭉크의 사춘기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나 자신이 어쩌면 이렇게 초라한지 모른다.


나는 아마도 어리고 철없고 미성숙해 보일 것이다. 그는 가끔 나의 생각없이 묻는 질문에 맞장구 쳐주곤 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신기해서 그런 것이다. 나는 더이상 소녀로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의 뮤즈를 본며 알게 되었다. 그가 나에게 맞장구 아닌 박수를 쳐주길 바란다.


그의 뮤즈를 보며...


감히 나와 비교한다는 생각 자체가 웃겨 보일지도 모른다.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는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겠지. 나는 단지 뮤즈를 질투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그의 옛 애인을 흔적을 발견하는 것 같은 질투와는 또다른 차원의 감정이다.


나는 그와 마찬가지로 그의 뮤즈를 동경하고 있다. 나는 뮤즈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뮤즈의 발끝에라도 다가가고 싶다. 나는 스스로 그런 아우라를 뿜어내는 어떤 멋진 여인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뮤즈는 내게 또다른 차원의 이상형이다. 한 여자가 다른 멋진 여자를 보며 느끼는 감정, 또다른 나를 이루어내고 싶은 자아정체성의 욕망인 것이다.



나는 어떤 여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본질적으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가끔 이렇게 나의 존재가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느껴질 때, 나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말을 기억한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기억한다.


그는 나에게 말했지, "경쾌한 사람"이라고.


그가 내게 예쁘다는 말을 하지 않고 이런 말을 해 준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만 같다. 너무 과대망상이 아닌 한, 그것이 많은 뜻을 담은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왜냐하면, 경쾌하다는 말은 흔히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니까. 예쁘다는 말보다 훨씬 더 쓰기 어려운 말일테니까. 그에게 없는 어떤 면모를 나는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봤더니, 그는 항상 쓸쓸하게 말했던 것 같다. 그의 앞에서 나는 항상 경쾌한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에게 어떤 특별한 존재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뮤즈보다 더, 뮤즈와는 다른, 뮤즈와 비스무리한 어떤 여인이기보다, 나는 또다른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다시 쪼그라든 나의 마음은 다시 부풀어오른다. 그의 뮤즈... 내가 되고 싶은 건 그의 뮤즈가 아니었다.


나는 그에게 어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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