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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Dec 16. 2016

끼룩끼룩 갈매기여관

그곳을 추억하며

끼룩끼룩 갈매기여관


갑자기 떠오른 이곳의 추억은

이제 사진으로도 남지 못했다.  


그녀와 결혼이란 걸 앞두고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 곳이었다.




이제 그 여관은 사라졌다.

함께갔던 친구와는 오래도록 연락하지 못했다.


이따금 기억나는 건 성당과 시장 산책,

닭강정과 맥주와 함께 날아다니던 모빌,

뒹굴거리기에 제격이었던 여름철 눅눅한 이불.


어제 우연히 해후하게 되었고,


연락이 닿았다는 기쁨에 달뜬지 오래지 않아,

우린 그간 많은 세월이 쌓였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세월 함께할 것이지만,

유독 그간의 몇 년이 왜이토록 길게 느껴지는지.



끼룩끼룩.


그때 들었던 음악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일부러 무척 크게 들어놓고

우리 나름 심각한 얘길 했던 것 같은데


분홍 천장을 나는 갈매기

하늘하늘한 모빌이 유독 예뻐서,

누워서 동영상을 많이 찍었던 것 같은데.



그때 우리는


5년 뒤에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 했지.

다시 몇 년의 세월이 지나서

우린 뭘 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린 어떤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
.
.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한 당신의 말은 옳았습니다." ㅡ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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