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추억하며
끼룩끼룩 갈매기여관
갑자기 떠오른 이곳의 추억은
이제 사진으로도 남지 못했다.
그녀와 결혼이란 걸 앞두고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 곳이었다.
이제 그 여관은 사라졌다.
함께갔던 친구와는 오래도록 연락하지 못했다.
이따금 기억나는 건 성당과 시장 산책,
닭강정과 맥주와 함께 날아다니던 모빌,
뒹굴거리기에 제격이었던 여름철 눅눅한 이불.
어제 우연히 해후하게 되었고,
연락이 닿았다는 기쁨에 달뜬지 오래지 않아,
우린 그간 많은 세월이 쌓였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세월 함께할 것이지만,
유독 그간의 몇 년이 왜이토록 길게 느껴지는지.
끼룩끼룩.
그때 들었던 음악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일부러 무척 크게 들어놓고
우리 나름 심각한 얘길 했던 것 같은데
분홍 천장을 나는 갈매기
하늘하늘한 모빌이 유독 예뻐서,
누워서 동영상을 많이 찍었던 것 같은데.
그때 우리는
5년 뒤에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 했지.
다시 몇 년의 세월이 지나서
우린 뭘 하고 있을까.
그리고 우린 어떤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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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고 한 당신의 말은 옳았습니다." ㅡ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