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로 당신과 하고 싶었던 것
“벼리씨는, 나랑 뭘 하고 싶어요?”
그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뻔한 대답은 아마도, ‘저는 당신과 연애하고 싶어요’였을 것이다.
“저는... 대화하고 싶어요.”
아닌데, 그 대화라는 게 나에겐 얼마나 큰 의미인지 당신은 모르나봐. 나에게 대화란, 무지무지 많은 걸 바라고 또 바라는 건데. 당신의 모든 시간, 내가 모르는 당신의 역사, 당신의 모든 느낌을 알고 싶은 건데. 그리고 나도 내 모든 걸 온 힘을 다해 알려주고 싶다는 뜻인데. 어쩌면 섹스보다 더한 합일을 말하는 건데. 당신은 지금 뭘 상상하고 있는 거야. 저기요, 당신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 들은 거예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웃는 거죠??
과연 이 얘기를 해야할까? 나는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도 쓰지 못한 많은 얘기들이 있다. 나에게 그와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게 어떤 의미일까. 오늘도 나는 정작 써야 하는 글은 따로 있는데 왜 이따위 글이나 쓰고 앉았는가. 혼자 자괴감에 빠졌다. 하지만 오늘은, 문득 이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게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의미였는지 깨닫고 말았다. 그것도 책을 읽던 도중에, 우리의 대화 한 장면이 갑자기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예고없이 나를 미치게 하는 눈물 따위를 흘리고 말았다. 망할, 그래서 써야만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