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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게임유저의 생애가치_마지막

공식이 있어요

by 초월김

https://brunch.co.kr/@bicco/16


신라에는 골품제라는 독특한 신분제도가 있었다.

독특하다고 하는 이유는 성골, 진골, 6두품, 5두품... 태어날 때 정해진 이 신분은 평생 바뀌지 않았고, 오를 수 있는 관직의 상한선을 명확히 정해놨기 때문이다.

6두품은 아무리 뛰어나도 6등급인 아찬까지만 승진할 수 있었다. 그 이상은 불가능했다.


최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당나라의 과거인 빈공과에 합격했고, 황소의 난을 진압하는 격문을 써서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당나라 황제도 그의 재능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태어났을 때도 신라로 돌아왔을 때도 6두품이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쌓아도, 진골 귀족들이 독점한 고위 관직에는 오를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세상을 등지고 가야산으로 들어갔다.

최치원의 좌절은 골품제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초기 조건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이후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시스템.

6두품, 5두품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고, 진골 귀족들은 혈통만 믿고 안일해졌다.

결국 신라는 이 경직된 시스템 때문에 무너졌다.


초기 조건이 전부를 결정하는 구조.

게임회사는 유저의 생애가치를 어떻게 예상할까?

생애가치란 고객 1명을 유입시켰을 때 해당 고객이 낼 것으로 예상하는 매출을 의미한다.

이것을 알아야 마케팅 계획 수립을 위한 투입(투자)의 규모를 결정할 수 있다.


사실 유저가 게임을 그만하는(접는) 이유와 방법은 너무 다양해서 그것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유저는 "그냥" 그만두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안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천천히 시간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친구가 안 한다고 해서 함께 그만두는 경우도 있고, 다른 게임이 더 재밌어서 그걸 하느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고스톱과 포커는 최소한 같은 장르 내에서는 게임성이 같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한게임에서 피망으로, 넷마블에서 한게임으로와 같은 경쟁사 간의 이동은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 어디서 정착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고 여기서 1차로 성패가 갈린다.

처음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을 어떻게 사로잡고,

또 어떻게 상위 채널로 올리는지(유료 결제를 하게 만드는지)가 게임의 성공을 판단하는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다시 앞에서 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유저를 유입시키는 활동이야 다양한 홍보/마케팅(광고, 이벤트 등)을 통해 하면 되겠지만,

유저들이 게임을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생애가치)를 알아내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답은 유저들이 만들어낸 데이터에 있다.

1판만 하고 재미없다고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 몇 판 해보더니 너무 재미있다고 결제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몇 년 동안 한 번도 결제는 안 하는 사람도 있고 소액이지만 꾸준히 결제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PC방에 갔을 때만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고, 비가 오는 날(집에 있을 때만) 게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유저들이 게임을 할 때마다 수많은 데이터들이 쌓인다.

접속 시간, 게임 시간, 접속 채널과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부터 어떤 패를 받고, 어떤 패를 냈는지,

또 얼마나 고민하고 패를 내는지,

보너스 패는 어떤 타이밍에 던지고 Go를 자주 부르는지 그냥 멈추는 성향인지 등등

모든 것들이 데이터로 남고 그것은 결국 생애주기를 예측하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다양한 수단과 데이터들은 결과적으로 게임머니(고스톱머니)의 유통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게임머니의 유통 규모와 딜러비의 회수 규모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모델링 끝에 생애가치(lifetime value)를 판별하는 공식을 만들어낸다.


공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2주간의 유통량) × (상관계수) × (고스톱머니 1억 원당 판매가)

결론적으로, 최초 유입 후 고객이 2주 동안 어떤 규모의 게임머니를 만들어냈는지 판단하여

해당 고객이 2년 동안 얼마의 매출을 낼지 예상할 수 있다.


이 공식은 매년 상관계수 조정과 게임머니의 현재가치를 반영하여 조정되지만, 기본적으로 꽤 잘 짜여진 예측 모델로 활용했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3가지이다.

첫 번째는 2주간 유료 결제를 하지 않으면(유통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결제를 하게 만들기 매우 어렵다.

두 번째는 마케팅의 성과(ROI)는 2주 내로 결정된다.

세 번째는 2년 후에는 대부분 이탈한다.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b² - 4ac 주입식 교육 탓에 수십 년이 지나도 잊어버리기 힘든 근의 공식 속 판별식이다.

우리는 마치 판별식처럼 이 생애가치 공식을 외우고 일을 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피망 맞고가 경쟁사보다 조금 더 기민하게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준 중요한 근거이기도 했다.

천년 전 신라의 골품제처럼, 2주라는 짧은 시간이 2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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