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꽃 May 14. 2024

놓으며

호습게 우간다

딸이 나의 관계적 예민함을 물려받아서인지 학교생활 가운데 유독 교우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하고는 했다. 어떤 한 친구와의 불통으로 ‘그 친구 때문에 학교생활이 힘들다.’고까지 했던 경험을 나누며 연재 브런치북 [아무튼, 우간다]를 놓고자 한다.


그 친구가 없다면 내가 좀 편할 것 같아.
그 친구가 자꾸 친한 친구와이 사이를 멀어지게 해.
그 친구가 싫어.


곁에서 지켜본 것도 아니고, 엄마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말뿐이니, 여러 날이 지나고 어느 날 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딸아이와 그 친구 간의 스파크가 생겼고, 그것으로 인해 두 아이를 교장 선생님이 호출했다는 거였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이 두 아이의 오해를 풀어주셨는데, 해결 과정이 참으로 신선했다.


그 친구가 나한테 말할 때 소리를 지르며 말했거든.
나한테 화내는 건 줄 알았는데, 귀가 안 좋아서 그런 거래.
말하는 걸 크게 말하지 않으면 잘 듣지를 못한대.
친구 상황을 듣고 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오늘 관계'에 실패하면, '내일' 성공하면 된다고 하셨어.
그러면서 우리한테 포즈 하나를 취하라고 하셨거든.
그 포즈로 교실까지 가라고 하신 거야.
친구랑 나랑 웃으면서 교실까지 갔잖아.


그 친구에 대한 딸아이의 불만은 그 뒤로 없었다. 서로 생일에 초대하고 싶어 했다는 것과, 서로의 그림을 보며 칭찬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기처럼 오해한 반 친구에게 그 친구를 대신해 설명해 줬다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는 그렇게 그날을 계기로 건강한 관계 속으로 한 걸음 내딛게 됐다.


딸아이의 이야기는 우간다에 살며 겪는 소소한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작은 일조차 기록으로 붙잡아 두지 않는다면 '그때 그랬지' 정도로 정리되고 말일이다.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도 기억하지 못한 채 말이다.


이것 외에도 기록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았고, 다이어리에는 아직 못다 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다 담아내지 못했다. 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땅에서 살며 풀어내라고 주신 신의 과제라고 잠시 생각해 본다. 묵혀둔 과제를 소풍 가는 심정으로 이야기하며 써야지 다짐해 본다.  


발행 요일에 맞추지 못한 날도 많았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놓아버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여럿 아쉬움이 많은 첫 브런치북이지만 그러함에도 <아무튼, 우간다>를 이렇게 마무리짓게 됐습니다. 발행 때마다 응원과 댓글 남겨주셨던 것에 감사드립니다. 다신 안 간다 했던 우간다에서의 삶이 마냥 좋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다만 이곳이 저에게 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에 애정이 갑니다. 그 이야기들을 다정하게 풀어내며 살겠습니다.
이전 10화 우간다에서의 버팀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