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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Jun 25. 2024

이곳에도 부는 임솔♡선재 바람

우간다 요즘 날씨는 한국의 천고마비 ‘가을’이다. 거기에 바람도 솔솔. 비가 오면 축축함에, 쌀쌀하면 차가움에, 바람이 부니 지금 내 마음은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있다.


최근 SNS 알고리즘이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이더니 며칠 전부터는 변우석으로 도배되었다. 방탄소년단 아미로 산 시간이 얼마인데, 이토록 알고리즘이 싹 다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사실 선업튀가 종영되고 우연히 보게 된 남주의 순애보 대사 “너를 구하고 죽는 거면 괜찮아.” 때문에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여주의 시선으로 한 번, 남주의 시선으로 두 번, 그리고 놓쳤던 것은 없는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새벽 2-3시를 훌쩍 넘기면서까지 봤다. 그리고 위버스(팬덤 라이프 플랫폼)에 유일무이 방탄소년단 하나만 가입한 나였고 오매불망 그들의 알림과 댓글, 소식에만 집중하던 내가 변우석-에까지 가입해 버렸다. 거기에 탄이들이 아니면 절대 하지 않았던 잡지까지 구매하고야 말았다.


사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들에게 오롯이 집중한 일주일이 지났다. 나의 시간이 사라진 일상이어서 그랬을까. 삶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감이 바닥을 치던 중이라 빚을 내서라도 한국이든 근처 나라를 방문하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렇던가. 가고 싶은 마음을 따라 그때마다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여행 대신으로 선택한 ‘새벽까지 드라마 정주행’은 삶 한편에 솔바람과 선재바람의 설렘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다 보니 변우석, 김혜윤 배우 프로필을 싹싹 뒤져가며 지난 영화와 드라마까지 죄다 찾아보는 행복한 덕질까지 하게 됐고, ○○드라마 1화 단역, ○○드라마 14화 단역 이런 식의 단역 출연이 프로필 5년을 가득 채웠음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배우들 실로 열심히 살았구나, 성실에 대한 보상은 그냥저냥 살다가 만나는 게 아니구나.’라고 마치 프로필이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아이들 방학이 반가운 건 딱 일주일뿐이구나 싶을 만큼 유통기한이 지나고부터는 드러눕고만 싶은 나였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의 지루함이, ‘계속 글을 써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뚜렷한 미래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지쳐있던 것이었음을 알았다.


불현듯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를 만나 정주행을 달렸고 그러면서 배우의 삶에까지 마음을 뺏기게 된 이 시간으로 나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경험을 했다. 나무늘보와 같은 매일의 삶이지만 포기 않고 좋은 삶을 향한 일들에 몰두한다면 분명 가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그러니까 오늘의 지루함과 두려움은 당연한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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