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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꽃 Jul 25. 2024

우간다에서 먹은 첫 참외

많은 양의 배추와 무, 깻잎 등의 야채를 직업 키워 살림을 운영해 가는 한국 분들이 있다. 그분들의 최대 수혜자는 나와 같은 한국인인데, 최근 참외 농사까지 하게 되어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처음 주문은 가족 수에 조금 추가한 6개였다. 그런데 다음날 연락이 왔다. 5개만 주문해야 한다고. 맛보고 싶다는 연락이 많아져 결국 선 주문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이었다면 이런 연락을 받고 주문을 취소하든지, 다른 가게를 찾던지 하면 그만이지만, 우간다 상황이야 빤하고, 그런 상황 속에서의 첫 수확인데- 사실 이번이 마지막 수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참외를 주문한 가장 큰 이유는, “수박이랑 비슷한 거야?”는 질문으로 시작해 노란색 참외는 전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참외’란 과일을 가르쳐줄 요양으로 구입한 거라 다섯 개여도 좋고, 한 개라도 꼭 주문할 참이었다. 4년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참외를 이미 먹어봤었다. 하지만 4년이란 시간은 먹었다는 감각도, 참외의 정확한 실체도 모두 잊히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사실 한국 과일을 잊게 하는 맛 좋은 과일들이 우간다에도 있다. 아보카도는 언제든 신선하게 쉽게 먹을 수 있고, 파인애플과 잭푸르트, 망고 등의 열대과일의 당도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그 맛이 좋다. 하지만 어떠한 날에는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과일과 음식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고는 한다. 비 오는 날에 먹는 파전이나 더운 여름, 공식처럼 따라붙는 빙수 한 그릇이 생각나는 것과 비슷한 것이랄까?! 이번에 같은 컴파운드에 사는 한 어른은 ‘어머니가 참외를 좋아하셨다.’며 주문하셨는데, 이것 또한 여럿 그리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런 한국 음식이 불러오는 감정은 비단 어른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 첫째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한국인 또래친구 두 명이 있다. 한 친구는 한국서 온 지 얼마 안 되었고, 다른 친구는 방학이면 한국을 자주 오갔었다. 그래서 두 친구와 음식 이야기를 할 때면 아들은 늘 소외감을 느낀다 말했었고 그 마음을 일기로 기록하기도 했었다.


나는 가끔 따돌림을 받는 기분이다_노주안

나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한글학교 친구들과 한국의 음식, 장소 등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모르는 것이 많아 슬플 때가 있다. 보쌈, 삼계탕, 갈비, 족발… 친구들이 한국에서 먹은 음식을 얘기하는 중이었는데 무엇인지 몰라서 답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소와 친구들이 듣는 한국 노래도 아는 것이 없었다. 나는 분명 한국 사람인데, 따돌림을 받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 한글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배울 거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과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어에 대해 자신 있게 소개하는 내가 되고 싶다.


우간다에서는 언제 또 맛볼지 모르는 참외이지만, 다섯 개 중에 두 개는 아이들이 꼭 나누고 싶다는 분들에게 전했다. 남은 세 개를 네 식구가 둘러앉아 먹는 참외의 맛은 그야말로 꿀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없을 거란 ‘금(?) 같은 참외’라고 여기며, 서로가 서로에게 “괜찮아, 엄마가 더 먹어. 아빠가 더 먹어.”, “아니야. 충분해. 너희들이 더 먹어.”라며 연거푸 서로를 챙겨 먹는 맛까지 더해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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