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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안솔 Mar 26. 2023

왜 우리만 없는 건데?

내 주위에는 정말 괜찮은 내 또래의 여자 싱글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동네 친구고, 나머지 한 명은 M이다. M은 여성스러운 외모 안에 일에 대한 열정과 소신을 담아두고 있는 외유내강형이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 취미생활을 즐기며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멋있는 사람이 연애를 장기간 쉬고 있다. 좋은 남자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데 내 주위에 남자가 없으니 마음으로만 그녀의 연애를 응원해 주고 있었다. 


그녀와 근황을 나누다가 갑자기 얼마 전에 소개팅한 남자가 생각났다. 그와 나는 딱 한 번 만났고 즐거운 대화를 나눴지만, 연락을 주고받다가 흐지부지된 스치기만 한 사이였다. 그는 그녀와 하는 일도 비슷하고 공통적인 관심사도 여러 개 있어서 둘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번뜩 났다. ‘한번 소개팅 주선해 봐?’ 생각이 들었지만, 소개팅을 제의하는 게 남자분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들어온 생각을 떨쳐냈다. 


이 생각이 세 번째 났을 때, 나는 오지랖을 참지 않았다. 누구라도 행복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자분께 소개팅 의사를 물었다. 

“잘 지내시죠?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조심스럽긴 한데요, 정말 괜찮은 분 있는데 소개팅하실래요? 둘 다 좋은 사람이고 잘 맞을 거 같아서 물어봐요.”

그는 나의 제안에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결국 소개팅에 관심을 보였고 둘은 만났다. 


나중에 들어보니 소개팅 분위기는 괜찮았던 거 같은데 연락하는 과정에서 큰 성향 차이가 보여서 둘은 서로의 앞길을 축복해 주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고 한다. 


인연 찾기가 참 쉽지 않다. 내가 찾아 나서도 안 보이고, 옆에서 둘은 천생연분이라고 붙여줘도 당사자는 아니라고 한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다 연인인데 왜 우리만 남들 다하는 연애를 몇 년째 못 하고 있는 걸까? 


연말을 앞두고 동네 친구와 새로 생긴 에스프레소 바에 앉아 근황을 나눴다. 나는 얼마 전에 한 달간의 썸을 끝냈다는 업데이트를 해주었고 그 친구는 일 년 전에 썸 타다 아쉽게 끝난 얘기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뭐 대단한 거 원하는 게 아니야. 나랑 비슷한 사람이면 돼. 나와 비슷한 가정환경에, 나와 비슷한 정도의 경제력, 밥벌이할 수 있을 정도의 직업, 그거면 돼. 그런데 그런 사람 찾기 왜 이렇게 어려워?”


이 나이 먹도록 싱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우리가 눈이 높은 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 잘난 남자를 찾는 게 결코 아니다. 그냥 대화 잘 통하는 멀쩡한 사람을 만나고 싶을 뿐이다. 


눈도 안 높은데 우리의 연애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첫째, 일단 내 또래 싱글 남자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남아 있는 극소수의 싱글남들은 연하를 만나고 싶어 하지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둘째, 연애는 끌림이 있어야 시작이라도 하는 건데, 나이대가 맞는 미혼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 간혹 너도 싱글, 그도 싱글이니까 잘해보라고 몰아가는 사람이 있는데 상당히 당혹스럽다. 


셋째, 누군가를 사귈 때 신중해진다. 평생 함께할 사람을 찾다 보니까 시작이 어렵다. 이 나이쯤 되면 내가 원하는, 그리고 원하지 않는 사람이 명확해진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도 끝이 뻔히 보여서 연인으로 발전이 안 되는 경우도 생긴다. (한숨)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아주 평범한 연애를 꿈꾼다. 이 소박한 바람이 욕심인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 슬프다. 올해는 누구라도 행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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