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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Jan 10. 2023

버스 하니까 생각난다. 사랑의 시작.

연애 연결고리 장소. 버스.


버스가 지나갔다.


까똑.

'여보, 안녕?’


하염없이 버스 뒤꽁무니가 작은 점이 될 때까지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버스는 그가 타던 1147 버스였다. 우리는 부산 노포동에서 울산까지 같이 가지만, 가는 노선이 달랐기에, 때로는 각자 다른 시내버스를 타곤 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그리워 까똑 메시지를 날렸다. 


많은 사람들에게 연애 연결고리 장소로 버스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나도 그중의 한 사람이다.

“저기요. 저 내려요.” 하는 추억의 그린라이트 멘트를 날리던 연애 장소. 

(난 그런 시대의 부류는 아니었지만, 워낙 유명한 멘트라 각자의 집을 갈 때, 헤어질 때쯤, 장난을 치곤 했다.)



연애하던 시절, 부산과 울산을 오가는 1127 버스는 그와 나의 추억의 장소이다. 그와 처음 만난 장소이자, 헤어지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같이 우리 집까지 가줄 땐, 1127번 버스를. 각자 버스를 탈 때는 나는 1127번 버스. 그는 1147번 버스를 탔다.


대학교를 휴학한 어느 여름날이었지 싶다. 어디에 박혀서 영어를 씹어 먹어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영어학원은 다름 아닌, 부산 서면에 위치한 00 영어학원이었다. 집이 울산이었지만, 부산을 선택했다. (지금은 없어져서 너무 아쉽다.) 그 학원은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주야장천 영어 수업, 영어토론, 영어발표미션, 영어 자습 등 하루 종일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게 만들었다. 거기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도 울산 집에서 부산 학원까지 통근을 하고 있었다. 울산에서 출발해 부산 서면에 8시까지 도착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우연히 같이 학원 가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집을 가던 남자와 즐겁게 다녔다. 그러다 6개월의 시간이 순식간에 가버렸다. 



“If you have a time on Saturday, could you help me to buy my pants?”


“Oh, Okay.”


그땐 무척이나 평범한 주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주말에 바지 구매의 도움을 요청하는 데이트 신청 뻐꾸기를 날리자마자, 밤하늘에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별처럼 특별한 주말의 시작이 되었다.


처음 만나 같이 다니던 버스 안에서는 각자 따로 앉았지만, 서로를 신경 쓰며,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안 보는 척 몰래 힐끗 바라보기도 했고, 영어학원에서도 계속해서 영어를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말에 그와 집 가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며, 그에 대해서 알아갔었다. 그러다 그가 나에게 던진 한마디. 그걸 수락한 나.


그 이후로 우리는 버스에서 이런 이야기, 저런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같이 광안리 불꽃축제를 보러 가서는 그가 나에게 고백을 했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더 애틋한 사랑이 끓고 있었다. 


(코로나 전) 이기대에서 바라본 광안리 불꽃 축제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날 사랑해주는 그의 마음이 너무 좋았다. 날 더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있었고, 나도 그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워킹 홀리데이를 위해 캐나다로 1년 동안 떠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작은 휴대폰 화면을 통해 우리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한국은 아침. 캐나다는 저녁. 캐나다는 아침. 한국은 저녁으로 밤낮이 바뀐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멈춰버린 시간을 계속해서 공유해 갔다. 화면을 뚫고 나를 사랑해 주는 그의 마음을 전화하는 매 순간 받을 수 있어서 가슴 벅차게 너무 좋았다. 캐나다를 갔다 오고, 총 7년의 긴 기간 동안에도 수많은 상황, 여건들이 변해갔다. 많은 시련들이 서로에게 닥쳐와도. 우리는 변함없이 서로를 신뢰하고, 위하고, 사랑해주고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항상 좋기만은 하지는 않았다. 서로 맞지 않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기에, 가끔 싸운 적도 있다. 하지만, 10분도 안돼서,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울면서 대화를 하고 있는 우리를 곧 발견하게 된다. 그게 실제로 만나서든, 영상으로 통화를 하든. 



그 우리 연애의 공간 추억의 버스는 아직도 다니고 있다.  버스를 타는 일이 줄어들어서일까. 그때 같이 학생이었을 때의 추억. 너무나 풋풋했던 그 추억을 버스를 보거나, 가끔 그와 같이 버스탈 때, 풉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어디선가 솔잎들을 주워다 만든 글자. 하하... 이런 것도 했다니..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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