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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Jan 11. 2023

아프니까 결혼 못 하지 않을까? 1

심각할 수도 있고, 그다지 별거 아닐 수도.


고등학교 때, 심한 위경련으로 두 발로 엉기적 걸어가며 응급실로 달려가본 적은 있어도, 성인이 되어서 몇 년 동안은 수술하는 큰 병 하나 걸려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병원을 자신도 모르게 자주 들락거리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조금씩 새로운 것을 하는 데 있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이따금씩 나에게 충격적으로 아팠던 2년 전의 과거가 미래에 언젠가는 하게 될 결혼의 발목을 잡을까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아팠던 2년 전의 과거. 지금 회상해 봐도 너무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이사님, 오늘 정말 너무 아파서… 오전 반차 써서, 병원 다녀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장기 위쪽과 명치, 그리고 오른쪽 갈비뼈 쪽이 너무 아팠다. 어제도 아파서 체한 줄 알고, 내과 가서 링거 맞고, 회사 출근했는데, 오늘 아침에 호전되기는커녕 더 아프기 만하다. 조금씩 기어서 버스를 타고, 내과로 향했다. 


“의사 소견서 써 드릴 테니, 큰 병원을 가보세요.”

‘흠.. 여기는 돌팔이구나 하고 여기를 바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확 사로잡았다. 나를 의사 방의 침대에 눕혀 명치 쪽을 꾹~ 눌러서 나의 아픈 정도를 알아보더니, 의사 선생님이 생각한 위경련이 아니라고 판단이 되었나 보다. 어제의 약도 전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시 아픈 몸을 꾸역꾸역 10분 걸어가 큰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X-ray 찍었고, 내과에서 듣는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X-ray를 보시면 알겠지만, 뭔가 이상한 큰 게 있네요. 여기서는 할 수 없고, 산부인과로 가보세요.”


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도, 초등학생이라 할지라도, 그 사진을 보면 몸속 검은색 커다란 무언가가 있는 것이 안 좋은 징조임을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몸속에 그런 커다란 동그라미의 무언가 있는지 모른 채로 살아왔다는 게 참 나도 신기했다. 


그땐 막 꽃들이 점점 피어오르는 겨울과 봄. 그 어느 사이의 계절이었다. 내 병적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도 어느 한 끝과 끝 사이. 애매한 지점에 반드시 있으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오늘 입원 수속 밟으시고, 약 2주에서 3주간 시간을 빼셔야 합니다.” 


산부인과에서는 초음파, 피검사, CT 등 정밀 검사를 통해 결정을 내린 치유 방법은 순간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뇌사고의 흐름도 정지되었다. 난 약만 먹으면 나을 줄 알았는데, 약 얼른 받고, 주사 맞고, 회사 가서 일해야 하는데,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나 보다. 나 자신도 모르게 몸은 너무 아프다고 소리를 비명을 지르고 있었나 보다. 


의사 선생님은 당장 내일 수술하자고 했다. 의사 선생님도 직접 뚜껑을 열어봐야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말해야 하는 의사의 특성상 최대한 말을 아끼시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검은 덩어리를 꼭 제가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무도 그 커다란 몸속 검은 덩어리가 무엇인지 모른다. 암일까? 아니면 그냥 돌덩어리? 


입원 후 나의 모습


도대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미래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 지금도..) 

아무것도 예측 불가능하기에.. 두려움이라는 씨앗이 싹트게 되는 걸까.



2편 계속...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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