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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지예 변지혜 Apr 18. 2023

대신 아파주지 못해 미안해.

그대가 아프니까 더 내가 아픈 감정.. 너무 힘들고, 괴로워지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옆에서 대신 아파주지 못해서 미안한 적이 있는가?


오늘 나는 그 감정을 절절하게 느껴보았다.


그는 평소 아프던 머리가 오늘 아침 유난히 더욱 깨질 듯이 아프다고 연차를 내어 병원을 갔다. 집 근처의 병원을 방문했던 그가 나중에는 대학병원으로 가서 다시 검사와 진료를 받으러 간다는 소식을 듣고...


내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신경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 뇌에 CT를 찍었는데, 그 결과를 보고 대학병원을 가라니... 걱정이 안 되려야 안될 수가 없었다.



내가 아플 때가 회상되었다.

갑작스럽게 산부인과 수술을 받았던 나.

마음도 몸도 아팠던 그때의 나.



그는 울산에 있고, 나는 부산에 있어 물리적 거리로 떨어져 있기에 온라인으로 밖에 소통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파하는 나를 영상통화로 말과 얼굴로 최대한 토닥여주지만,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에 미안함을 내비치는 그였다. 나 몰래 울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내가 아플 때, 그가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 마음이 얼마나 신경이 쓰였을지. 너무나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내가 지금 그렇게 감정을 느끼자마자.


그때처럼 그가 나에게 '내가 옆에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그러자 나 자신도 모르게 대학병원을 가고 있는 그에게 바로 카톡으로 '내가 옆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 '라고 똑같이 대사를 적어버렸다. 나도 모르게 나와버린 말... 그에게 이 말을 카톡으로 적기 전에도 미안하고, 적고 나서... 이 말을 해서 더 미안해졌다.



대학병원의 진료를 기다리는 내내 그가 나에게 알려준 약간의 힌트로 구글링을 하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뇌혈관 붓기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내용만 가득하다니... 내가 잘 못 찾는 건가.. 

그래도 운동을 하면 나아진다고 하니까. 운동을 꾸준히 해야 된다고 병원 다녀오면 말해줘야겠다고 메모를 해두었다. 


나는 상상의 나래를 잘 펼친다. 그래서 꿈도 이것저것 많이 꾸는 편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분명 눈이 떠져있다. 사무실에서. 책상 앞에서. 모니터 앞에서. 눈이 떠져있는데, 나 자신도 모르게 그가 병원에 있으면 어떻게 케어할지, 미리 결혼부터 빨리 해야 할지. 이만저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사를 다 때리치고, 병원에 들어가서 그만을 바라보면서 간호해줘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런 안 좋은 생각까지는 안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해 버렸다. 그도 내가 없어지면 어쩌지 하는 상상을 하며 울었던 적이 있다고 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도 그런 생각을 문득 해버렸다. 하늘은 무너지고,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도 따라서 없어져야겠다는 생각까지 오만가지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런 상상을 하는 와중에 눈에서 물이 스르륵 스스륵 흘러내리니... 어휴 이사님 몰래 눈물을 닦으라 고생했다.


이렇게 반나절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욱 확신되게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사랑하고, 없으면 안 되는 존재.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그런 존재.
대신 내가 죽어줄 수 있는 만큼 그런 중요한 존재.

그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걸...


결론적으로 대학병원에서는 뇌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말씀해 주셨다. 너무 다행이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 카톡을 듣고는 너무나도 안도와 감동의 눈물이 났다. 


다행이고, 다행이고, 다행이다.



건강이 제일 큰 재산이라는 걸 나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가 아픈 원인을 만든... 그 회사생활. 얼른 거기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건강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둘 다 건강한 커플. 부부가 되자. 꼭! 꼭!

항상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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