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보금자리가 정해졌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가기 위해, 지금 머물러있던 공간을 비워야 하는 때가 왔다.
너무나도 막막해서 퇴근 후 하루에 한 장소를 비우는 걸 공략해서 치우고 있다. 하루는 작은 방 한쪽 구석 물건들, 하루는 옷장, 하루는 부엌찬장, 하루는 책장. 하루는 베란다 등등 돌아가면서 말이다.
채우기는 쉬워도. 비우는 건 정말 쉽지 않다는 걸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얼핏 들은 무소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쉬워 보이면서도 욕심이라는 녀석이 많이 방해해서 쉽지 않다.
많은 책 욕심에 5년간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책들을 많이 샀다. 그래서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은 약 100권 이상 될 듯하다. 책은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친구였다. 그래서 각각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포스트잇으로 치장을 당하고, 볼펜과 연필로 여러 가지 문신들을 얻었다. 한 친구 한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마주하는데,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니 그런 친구들이 참 많다. 그러나 문신이 많은 친구들은 중고서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약간은 슬픈 존재로 만든 것 같다는 미안해지기도 한다.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에, 이 친구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 다 데려가고 싶지만, 공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너무 슬프다. 이 공간에서 벗어나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이별을 마주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나의 메모들을 다 어딘가에 저장해놨어야 했는데... 그냥 떠나보내버렸다.
계속해서 앞으로 더욱 비워내야 한다. 비움에 더욱 정진하자.
공간을 비우자.
몸도 비우자.
마음도 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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