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MZ 표류기
몇 년 전 한국을 휩쓸었던 책이 하나 있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고, 전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고 화제가 된 책. 바로 임홍택 작가의 <90년생이 온다>.
이 책은 날마다 미디어에 오르내렸다. 이해가 가지 않는 20대 신입사원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샀더라 하는 리뷰가 이어졌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신조어가 있다. “MZ세대.”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를 묶어 부르는, 대충 90년대 초에서 2000년대 후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단어다. 쉽게 말하자면 X세대 이전의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젊은’ 세대다.
문제는 이 단어가 학술 용어가 아니고 미디어에서 만든 밈에 가깝다는 것이다. 애초에 세대를 구분 짓는 용어가 30년을 포괄하는 게 잘못되었다. 20대에 아이를 낳으면 부모와 자식이 같은 세대로 취급된다. 이게 말이나 되나?
사실상 ‘MZ세대’는 세대를 구분 짓기 위한 용어가 아니다. ‘요즘 젊은것들’을 고급스럽게 돌려서 표현한 단어다. ‘요즘 MZ 특징’이라는 제목으로 쇼츠에 떠돌아다니는 영상들만 봐도 ‘MZ’라는 단어에 담긴 조롱과 비난의 뉘앙스를 쉽게 느낄 수 있다.
<90년생이 온다>조차 90년생들에게는 혹평을 들었다. 90년생의 특징을 너무 단순하게 뭉뚱그렸다, 회사 팀장님이 이 책 하나만 읽고 나를 잘 아는 척 치근덕댄다 하는 불만이 나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 책은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MZ세대를 바라보고 분석하는, MZ세대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대상화하여 다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세대론은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요즘 젊은것들은 이렇더라, 저렇더라 하며 젊은 놈들을 아량이 넓은 어른들이 이해해주자 하는 분위기였다. 젊은것을 연구한 특징만 떠들었지, 젊은것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고민을 품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었다. 최소한 MZ인 내가 느끼기엔 말이다.
나는 세대를 구분 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89년에 태어난 사람과 90년에 태어난 사람, 99년에 태어난 사람과 00년에 태어난 사람, 09년에 태어난 사람과 10년에 태어난 사람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냐고. 그러나 사람들은 굳이 굳이 태어난 연도를 뭉뚱그려 선을 긋고 벽을 세우고 만다. 그리고 나와 다른 세대를 다른 존재로 여기고, 괴생명체처럼 대하며, 두려워한다.
<90년생이 온다>도, ‘MZ세대’라는 단어를 만든 미디어도 그 의도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해는 어렵고, 편견은 쉽다. 사람들은 ‘요즘 것들’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모습에 ‘MZ’라는 낙인을 붙이고 헐뜯기를 선택했다.
이쯤에서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을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MZ세대도 MZ세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황당한 소리처럼 들리는가? 안타깝게도 진짜다. 당신들이 우리를 모르듯, 우리도 우리를 모른다. 젊고 파란만장한 우리가 공통된 특징이 무엇인지, 무엇을 목표로 사는지,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지 우리는 전혀 모른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해하기 위해서. 당신이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가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가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래서 한국 현직 MZ인 내가 MZ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세상에 툭 떨어져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리는 우리. 나는 이것이 무인도 표류기처럼 보인다. 그렇다. 이 글은 표류기다. 무인도에 떠밀려와 홀로 생존하던 로빈슨 크루소처럼, 배구공이랑 짱친 먹었던 톰 행크스처럼. MZ들은 세상이란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표류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서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홀로 모래사장에 낙서나 그리며 버티고 있다.
누군가에겐 무척 공감이 가는 이야기일 수도, 누군가에겐 그저 징징거림으로 보일 수도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떤 생각이 들더라도, 그냥 읽어주길 바란다. 이 세상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어린 놈도 있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