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야 내게 힘을 줘
지난 12월에 초안을 다 쓴 중편소설을 퇴고 중이다. 두뇌를 휴식시켜주기 위해 심심풀이로 대학생 때 썼던 소설도 리메이크하면서(링크), 일주일 만에 1차 퇴고를 끝냈다. 7만4천 자였던 놈이 8만 자가 되어 있었다. 퇴고를 하면 분량이 줄어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추가 장면 쓴 것도 하나밖에 없는데 왜 양이 늘었지? 미스테리하다.
김영하 작가는 퇴고할 때 무조건 종이로 인쇄하라고 했다. 모니터로 보는 것과 종이로 보는 게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렇게 하라고 하니 인쇄했다. 문제는 동네에 제본집이 하나도 없다. 네이버 지도 보고 찾아갔는데 없다. 1시간이나 헤맸는데 없다. 눈 씻고 찾아봐도 이상한 교회밖에 안 보인다. 뭐지? 날 놀리는 건가? 결국 지하상가에 있는 셀프 제본집에 갔다. 워드에 옮기니 70페이지나 됐다. 멍청하게 한면인쇄를 했다. 그 두꺼운 종이뭉치를 하나하나 구멍 뚫고 링 끼우느라 애먹었다.
확실히 종이로 읽으니 달랐다.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몇 배는 눈에 띄었다. 왜 이따구로 썼는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마다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한 페이지에 절삭선이 5개씩은 된다. 이 작업을 1달 넘게 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은 아닌데, 해야할 게임이 너무 많았다.
브런치북 쓰는 데도 시간을 썼다. 수요일에 업로드한 <MZ 표류기>가 그것이다. 초안을 다 쓰기 전에는 업로드하지 않는 건 정말 나쁜 버릇이다. 초안 쓰는 데만 2달이 걸렸다. 그냥 1화씩 업로드하면서 천천히 쓰면 될 것을, 굳이 굳이 초안을 다 썼다. 다 쓴 것부터 업로드했으면 1달은 빠르게 올릴 수 있었을 텐데. 모르겠다. 초안을 다 안 써놓으면 불안하다. 웹소설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 버릇을 고치지 않는 이상 시작도 못 할 것 같다. 몇십만 자 다 써놓고 연재 시작할 거냐고….
새해 기념으로 제미나이 프로를 세일하길래 샀다. 글 쓰는 데 매우 편하다. 글 쓰는 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파트가 자료 조사인데, 제미나이를 쓰면 자료 조사 시간이 사실상 무에 가깝다. 노트북LM에게 자료 찾아달라 하고, 필요한 정보 물어보고 검수하면 자료 조사 뚝딱이다. 하지만 피드백은 여전히 멍청하다. 아니,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뭘 추가하면 좋을까 물어보니 외계인 침공이라고 하는 건…. AI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공모전을 살펴보고 있다. 대체 공모전이 뭐가 이렇게 많은지.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게다가 유튜브 몇 개 보니 출판사마다 원하는 작품 스타일이 다르다고 그것도 고려해서 투고하라고 한다. 그걸 내가 대체 어떻게 아냐고. 내가 뭘 쓴 건지 나조차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대체 왜 분량 제한을 원고지 몇 매라고 하는지, 한글워드만 고집하는지, 접수를 우편으로만 받는지 이해가 안 된다. 원고지 매수로 세는 건 책으로 냈을 때 분량을 헤아리기 위한 거라고 어느 정도 이해할 순 있지만, 나머지는…. 대체 요즘 한글을 누가 쓰며, 우편 접수는 웬 말인가. 젊은놈들 소설 안 읽는다고 불평할 시간에, 구시대적 관습을 버리는 게 우선 아닐지. 소설가랑 출판사 직원들은 이메일 쓰는 법 모름?
퇴고를 마치면 공모전에 투고를 하든, 그냥 다 때려치고 브런치에 올리든 해야겠다. 그리고 빨리 무릉도 가야지. 나도 장비 맞추고 기질 파밍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