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퇴고를 끝냈다. 초안은 7만 4천 자였고, 1차 퇴고 후에는 8만 자였던 놈이, 이제 8만 4천 자가 되었다. 거의 1만 자를 추가로 썼다. 분명 지운 것도 많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늘었는지 진짜 모르겠다. 이 정도면 아슬아슬하게 장편소설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나.
이제 무얼 해야 할까. 공모전이란 것에 투고를 해야겠지. 근데 난 공모전이 뭐가 있는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다. 공모전 사이트를 둘러보고,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솔직히 자신 없다. 나는 내 소설에 자신이 전혀 없다. 내가 뭘 쓴 건지, 무슨 재미가 있는지 설명도 못 하겠다. 이 글이 상품이 될 수 있을까? ‘아니요’에 가깝다. 예상치도 못한 전개도 없고, 충격적인 반전도 없고, 도파민 터지는 요소도 없다. 그걸 알면서도 이 글을 기어코 쓴 이유가 뭘까. 그것도 모르겠다.
내가 과연 공모전에 합격할 수 있을까. 내 소설이 상품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내가 글로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나 같이 정답이 쉬운 질문밖에 없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실패를 겪고 나니 자존감이 박살이 났다.
문단은 대중과 갈라선 지 오래다. 사람들은 더 이상 문단을 믿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순수’문학이라 불린 글은 지적허영을 채우기 위한 고급 취미이거나 곱상한 인테리어 소품이 되었다. 이제 글을 읽지 않는다. 읽는다 쳐도 웹소설을 읽는다. 문제는 이것이다. 내가 쓰는 글은 문단에도 웹소설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문학적 경험도, 도파민도 아무것도 없다.
책을 읽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군대에 있을 때 자기계발비로 산 책이다. 책을 덮었다. 내가 저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이것도 쉽다. 왜 인간은 해답이 분명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괴로워할까. 불면증은 10년 넘게 나를 괴롭힌다.
지금 나는 살고 싶은가 죽고 싶은가. 줄곧 질문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대답은 쉽다. 세상이 내게 살 기회를 주면 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실로 명쾌한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