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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비단 Jul 04. 2022

뱀의 귀여움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요

뱀은 의외로 귀엽다

쉬익쉬익


고양이를 좋아한다. 귀여우니깐. 귀여움의 정점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뱀도 좋아한다. 귀여우니깐. 고양이와 달리 뱀이 귀엽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정말로 뱀은 귀엽다. 사람에게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떠는 뱀을 본 적 있는가? 유튜브에 cute snake라고 검색하고 아무 영상이나 봐라. 뱀이 귀엽다는 사실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나중에 동물을 키운다면 꼭 고양이와 뱀을 키울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동시에 키울 수는 없다. 고양이가 뱀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뱀을 무서워한다. 뱀이 사람을 물고, 독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서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실제로 뱀 중에서 독사인 뱀은 10% 밖에 안 되고, 그중에서도 호전적인 성격인 뱀은 소수인데도 사람들은 '뱀은 사람을 문다, 뱀은 독이 있다'라는 사실만 기억해 뱀을 기피한다. 구글에 뱀을 검색해서 나오는 이미지만 봐도 귀여운 사진은 전혀 없고, 누가 봐도 무서운 사진밖에 나오지 않는다.


뱀은 대부분 쫄보여서 먼저 공격 안 한다. 그러니깐 제발 괜히 건드려서 빡치게 하지 말자.


참 이상한 일이다.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사람을 할퀴고 문다. 개는 사람을 물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고양이나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보다 좋아하고 귀여워하는 사람이 더 많다. 뱀과는 확연히 처우가 다르다.


생명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존재를 해한다. 이는 사람이든 고양이든 개든 뱀이든 모두 같다. 물고 할퀴며 직접적인 상처를 주기도 하고, 행동이나 말로써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한다.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을 해칠 능력이 있다. 그러니 문다는 이유만으로 뱀을 싫어하는 건 뱀으로서는 꽤나 억울할 것이다.


아니 자고 있는데 저 인간이 먼저 나뭇가지로 절 찔렀다니까요


우리는 우리 모두 상처를 입히고 입을 수 있는 존재임을 인지해야 한다. 고양이를 키우면 당신의 고양이는 언제든 당신을 할퀼 수 있다. 개를 키우면 당신의 개는 언제든 당신을 물 수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언제든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사실을 두려워한다면 교감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 교감.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교감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있음을 앎에도 나는 당신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고받는 행위다. 교감을 통해 사람 대 사람, 사람 대 동물, 생명 대 생명으로서 우리는 이어질 수 있다. 교감을 통해 우리는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결론은 뱀을 무서워하지 말아 달라. 뱀은 당신의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귀엽고, 온순한 존재다. 뱀의 귀여움을 당신도 알아줬으면 한다. 뱀의 귀여움을 전 세계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 그렇다고 산에서 뱀을 보면 다가가서 쓰다듬어주라는 뜻은 아니다. 산에서 뱀 보면 그냥 도망쳐라. 아니면 휘발유를 갖고 다니든가.


꿀팁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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