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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비단 Jan 28. 2023

임용고시에 떨어지다

 임용고시에 떨어졌다. 11월 26일 토요일 시험을 보았고, 12월 29일에 결과가 나왔다. 불합격을 확인하자마자 기숙사 짐을 정리하고 본가로 돌아왔다.


 4년 간의 대학 생활이 이렇게 끝을 내렸다. 아쉽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깐. 막바지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 될 대로 되라지. 시험에 떨어질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무언가 실패한 경험이 적다. 학창 시절에는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수능은 최저를 맞출 수준으로 적당히 봤고, 내가 원하던 대학에 붙었고, 대학 생활도 평범했다. 그러니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것은 내가 처음 겪는 큰 실패다. 이 실패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욕도 불타지 않는다.


 4년 동안 나는 무엇을 배웠나. 배운 것도, 얻은 것도 없다. 잃은 것이 더 많은 기분이다. 대학 생활은 재미없었다. 시골에 처박혀 기숙사에서 의미 없이 시간이나 축내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유배지에 온 듯했다. 시간이 쌓이며 교사가 되고 싶다던 꿈은 희석되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정말로 교사가 되고 싶긴 한 걸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 더 이상 내게 교사가 되고 싶은 꿈은 한 줌도 남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그러면 내 지난 4년은 심각한 시간 낭비가 아닐까. 돌이킬 수 없는 젊음을 애먼 데 낭비한 게 아닐까. 모르겠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떨어진 김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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