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21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홧김에 작가 신청을 했는데 얼떨결에 합격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티스토리에 글을 올렸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방에 틀어박혀 노트북을 허벅지에 올려두고 글을 썼었다. 픽사베이에서 적절한 이미지를 구하고, 편집하고, 배치했다. 그렇게 열심히 글을 써서 업로드했다.
하지만 딱히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댓글은 달리지 않고, 조회수는 처참했다. 티스토리는 외딴섬 같았다. 사람이 언제 얼마나 오고 나가는지 알 길이 없었고, 다른 블로거와 교류할 방법도 없었다. 블로그 업로드 주기가 점점 길어지더니 끝에 가서는 몇 개월을 넘나들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글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될 것만 같았다. 그때 내가 가진 브런치에 대한 이미지는, 글에 진심인 프로들의 세계였다.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글이 정갈하고 꼼꼼한 것이 전문성이 높아 보였다. 내가 그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신나게 글을 썼다. 새롭게 글을 쓰고, 이미지를 찾고, 퇴고를 몇 번이나 하면서 업로드했다. 글이 부족하면 예전에 티스토리에 쓴 글을 고쳐서 올릴 생각이었다. 이렇게 하면 최소한 일주일에 하나씩은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점점 업로드 주기가 길어지더니, 몇 개월 동안 브런치를 유기했다. 변명하자면, 우울증 수기를 쓰니 우울증이 심해진 게 첫 번째요, 대학 생활과 임용고시 준비로 바빴던 게 두 번째요, 의지력이 나약했던 게 세 번째다.
그렇다. 그동안 나는 브런치 작가 호소인이었다. 주기적으로 글을 쓰지 않고 가끔씩 생각날 때만 오래오래 묵혀두었던 글을 올렸다.
이것은 반성문이다. 죄송하다. 나를 구독한 구독자분들께도 죄송하고, 한심한 나를 작가로 뽑아준 카카오에게도 죄송하다.
근데 열심히 글을 쓰겠다고 약속은 못 하겠다. 지금은 아무 일도 안 하고 글만 쓰니까 업로드를 자주 하는 거라서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될 수도 있다.
그래도 한동안은 열심히 쓸 테니 잘 봐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