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기다림이 힘든 것은
내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럼에도 기다려야한다.
기다리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없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놓으면 된다 하지만
놓아 버리고 싶다고 놓을 수 없는 걸로 이뤄지는 게
'실제' 삶이다.
놓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조차 먹으면
안되는 일들로 이뤄져 있는 게 실제 삶이다.
막연하고 기약도 없지만 놓아버릴 수 없는 무엇.
젊은이나 실업자에겐 취직이,
다달이 돌아오는 월세 내기 벅찬 자영업자에겐
언젠간 볕들날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진 사람들에겐 요 고비만 넘기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기대가,
다 그런 기다림들이다.
막연하지만 놓아버릴 수 없는 것.
기약없지만 놓아버릴 수 없는 것.
그걸 우리는 '희망' 이라고 부른다.
그런 희망들을, 막연하고 힘들면 기다리지마,
기약없음 그냥 맘 편히 놓아버려 라고 얘기 하는건 무책임하다.
놓을 수 없는 걸, 놓으면 안되는 걸 놓아버림은 자유가 아닌 포기이기 때문이다.
일말의 희망과 부단한 노력.
새해 아침부터 이를 악물어 본다. 견디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