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 설렘반 두려움반..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나는 대답했다.
“어디로요?”
“제주도”
“제주도요???” 라며 말하며 나도 모르게 피식했지만 애써 내색하진 않았다.
”호텔까지 예약돼 있어서 부담할 비용은 없어요. 다만, 방이 하나라 문제지” 라며 담담하게 말한 그는 담배를 바닥에 버린 후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같이 가죠. 당황스럽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재밌지 않겠어요? “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옅은 설렘이 담겨있었다.
“그래요. 다만 수상한 짓 하면 바로 신고할 겁니다.”
무슨 용기가 나서 바로 “그래요”라고 했는지 그때도 지금도 나는 모른다. 다만, 그 시절의 남편에게는 알 수 없는 믿음이 있었다.
“내일 김포공항 국내선 탑승장 앞에서 11시에 봐요. 여기 제 연락처예요. “ 라며 담배각에 연락처를 적어 주고는 지하철역으로 그는 뛰어갔다.
“아! 저기요! 안에 담배 많이 남아있는데요?” 라며 뛰어가는 그에게 나는 소리쳤다.
“ 번호만 저장하고 담배는 버리세요. 원래 담배 안 펴요.” 라며 뒤돌아 얘기하고는 그대로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남자였다. 옛날 영화를 많이 본 건가.. 종이에 번호를 다 적어주고, 직접 알려주면 될걸 하며 그에 대한 호기심이 더 깊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아무것도 모른 체 제주도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해서야 그가 나에게 말을 걸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 눈을 피해 술집을 나와 수줍게 미리 준비해 둔 담배.
나에게 말을 걸 타이밍.
제주도 첫날 저녁 술을 마시며 그는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근데 정말 이상했다.
얘기를 할수록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다.
이렇게 같이 여행을 오게 된 것처럼 그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은 생각들도 우연일 거라 생각하며 넘겼다.
첫날밤.
우린 거하게 취했고,
사랑을 나누긴커녕. 바닥에 널브러져,
각자 잠을 잤다.
다음날, 제주도에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그가 말했다.
“우리가 혹시라도 결혼하게 된다면,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는 건 어때요? “
“또요?”
“네. 그날이 올 거 같아요. 나는 “ 라며 그는 안대를 쓰고 그대로 자 벼렸다.
참 이상한 남자다.
알게 된 지 이제 3일 된 남자와 제주도까지 여행 온 나도 이상하지만, 알 수 없는 마법에라도 걸린 느낌이었다.
제주도 여행 1주일 후.
그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뭔 이런 남자가 다 있지 하는 생각에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허밍씨? 오랜만이네요.” 라며 무심한 듯 대답하는 그의 말에 나는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
“둘이 여행 다녀오고 결혼 어쩌고 하더니 연락 없는 건 뭐예요?”
“ 기다렸어요.”
“기다렸다고요?”
“사정이 있어서 제가 먼저 연락을 할 수 없었어요. 우리 이번 주 주말에 만날까요?”
“됐어요. 이제 볼일 없을 겁니다.” 하고 그대로 나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그 주 주말 토요일이 되었다.
지난번 통화 후에도 그에게 먼저 연락은 없었다.
한숨을 쉬며 정말 머 하는 놈인지 욕을 하며 창문을 바라보다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집은 어떻게 안 건지.. 더욱 화가 났다.
나오라는 제스처를 하는 그에게 무언의 욕을 날린 후
나는 대문 밖으로 나와 그를 보며 말했다.
“집주소! 알려준 적 없는 거 같은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예요? “
“진우 선배 알죠? 봉사단장하시는, 선배한테 사정사정해서 비상연락망 보고 알게 됐어요. 미안해요.”
“그럼 전화를 먼저 하시면 되죠!”
”제가 전화를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이렇게 찾아왔어요. “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왜 못하는지, 지금 상황 어느 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 그래서 찾아온 이유는?”
“데이트 하려구요.”
“뭐요?” 하며 내가 소리치자 그는 나의 손을 잡아채서 무작정 뛰었다.
“하…지금 모하는 거예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내가 말하자. 그는 대답 없이 무작정 계속 내 손을 잡고 뛰었다.
그렇게 10분가량 뛰어서 집 근처 카페 굿데이로 들어왔다.
“일단 좀 머라도 마시죠.”라고 말한 후 그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한 뒤 카페 구석자리로 나를 데리고 가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손을 잡고 뛰지 않나.. 도대체 모하는 사람이에요? “ 나는 정말 화가 나서 진심으로 화를 내며 말하는 나에게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심하게 나를 보며 말했다.
“방금은 좀 위험했어서 어쩔 수가 없었네요.”
“무슨 위험이요? 호기심에.. 물론 호감도 있었던 건 맞지만, 어쨌든 같이 여행 가기로 나도 동의했으니 할 말은 없지만.. 지금 상황 너무 웃기지 않나요? 연락 한통 없다가 갑자기 제 집주소를 찾아서 찾아오고, 갑자기 바로 또 손잡고 뛰 질 않나.. 당신 뭐예요? “
이때 나는 도저히 감정조절이 되지 않았다.
마침 주문한 아메리카노를 점원이 가져왔고,
바로 그의 얼굴에 뿌려버리고는 그 뒤로 바로 가게 밖으로 나와버렸다.
1~2분 정도 지났을까 뒤를 돌아보니 그가 따라오고 있었다. 다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라고 얘기라도 해봐요. 들어볼게요. 얼굴에 뿌린 건 미안하지만, 사과는 안 할래요.”
그는 뒤돌아서 얘기하는 나에게 해맑게 웃더니 얘기했다.
“시원하던데요?”
그 말에 나는 폭발했고 그에게 따귀를 날렸다.
“다신 찾아오지 마세요.” 하고 말하며 뒤돌아서 가는 나를 그가 다시 잡으며 말했다.
“그건 안 되겠는데, 지금이 아니면 얘기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따귀값으로 치고 내 얘기 한번 들어줘요. “
따귀는 언제 맞았냐는 듯 해맑게 웃는 표정으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이상하리만큼 내 감정은 분노가 설렘으로 바뀌는 거 같았다. 나도 참 이상한 여자였나 보다.
우리는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고 얘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