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즐겨 나폴리!

*비바 클래시카 :강서구 마곡동 비바 나폴리

by HERM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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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을 거라 그랬다. 누군가 아닌 자신에게. 몰래 그런 다짐을 하고 나면 비슷한 길을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틀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 꽤 오랜 시간을 지나치기만 한 다음, 찬찬히 주변을 지켜본 뒤에야 들어갔다. 반해버린 기대나 구체적인 어떤 종류의 그림을 그렸다기보다 생각해 오던 기분 좋은 예감이 그대로 적중하는 몇 안 되는 환상, 대개랄 것도 없지만 일반적으로, 보통 이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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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는 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좋은 것을 고른다기보다 좋아하는 것에서 골라야 하기 때문에 어쩌면 더 신중해지는지 모르겠다. 좋은 것만을 고른다는 기준도 결국은 주관이 반영된 것이니까 경험에서 미루어 볼 때 생생히 기억되는 환상적인 기억에 조각들의 도움을 받는다. 결국 좋은 것을 고르는 기준은 좋아하는 것이 된다. 가장이라는 단어가 조심스럽지만 자주, 빈번히라는 사족을 달아야 할 메뉴이자 애정이 담긴 음식에 거는 기대감, 내지는 설레는 감정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았다. 확신을 가진 채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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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던 가게, 어느 날 좋아하게 된 장소, 빠트릴 수 없는 매력의 예쁨 점수나 사람 자체의 매력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사방에 펼쳐져 있다. 무엇을 고르고 또 얼마큼 신중해지느냐는 매 순간 다르지만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는 가게는 천천히 이동하는 돌과 달라서 단지 두드려보기만 한다고 해서 될 문제는 아니었다. 두드려 보고, 만져 보고, 귀를 기울여보기도 해야 한다. 멀찌감치, 때론 가까이에서 순간들이 하나의 퍼즐로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이야기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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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쨍한 날을 고르고 싶다. 바깥공기에도 앉을 수 있는 온도, 답답하지 않게 멈춰있는 공기, 잠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그런 날, 바람이 조금 세게 분다 할지라도 괜찮다. 좀 더 가보자면 한가로운 대낮의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을 떠올렸다. 무엇보다 야외에 친절하게 깔아져 있는 테이블에서 너무 따사롭지는 않은 햇살을 만끽하고 거기에 아직은 저녁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여유로운 시간이면 좋겠다. 잠시, 공회전에 충분히 몰입한 다음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소중한 일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우연한 첫인상이 그랬고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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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시칠리아의 여유를 닮고 싶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리에 앉으면 눈이 부실만큼만 밝은 햇살을 조명 삼아 비추고 테이블에 오르내리는 따끈한 접시 위로 가장 담백해서 아무래도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맛을 온전히 느낀다. 차분하고 여유 있는 감상이 맛의 풍미를 더 깊이 있게 만들고 기억을 선명하게 만들어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온전한 조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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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를 즐기라는(VIVA-만세) 담백한 말로 시작하고 있는 데다 굿즈를 손에 움켜쥐고 받아 든 메뉴판 또한 재밌다. 시칠리아의 와인, 그리고 물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페일 라거와 취향을 고려해 하나 더 새겨 넣은 필스너라는 베리에이션, 진중하고 진정성 있는 맛을 내어줄 것을 예고하듯 구별되어 있는 메뉴 구성과 현지 음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길거리 음식까지. 분위기에 압도당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장단을 맞춰 나가는 맛의 향연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조용하게 증명해 내는 과정이었으며 머무는 동안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진한 향수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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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맛이냐고 묻는다면, 언젠가 슴슴한 이탈리아 가정식에 대해 어떤 마을, 어느 집 식탁에 오를 것 같다는 표현을 적은 적이 있는데 그와 비슷했다. 현지의 경험 없는 익숙함과는 달리 자극적이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형태만 갖추고 있던 머릿속에 부유하던 음식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기억 속에 각인하는데 한순간도 덤벼들지 않고 차분하게 기다려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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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기억 속에서 오래 그리고 결코 물리거나 질리는 법이 없도록, 오래도록 만족 속에 보존하기를 진지하게 표현해 내는 담백함, 이건 지나칠 만큼이나 멀리까지 내다본 고수의 집념이자 하나하나 쌓아 올려 완성된 큰 그림의 일부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광 없는 연진이처럼 그들이 짜놓은 교실(가게)에 제대로 들어왔다. 지금부터 그냥 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다 우연이 아니라면, 다 계획됐다는 얘긴데, 그럼 정말 무서운데. 다 먹어봐야 끝나는 걸까.’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몰라’. 더 글로리의 나쁜 남자 전재준처럼 다 당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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