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의 世界(세계)

*에그베네딕트 :등촌동 브런치 카페 고양이똥

by HERMITAGE

습관적으로 아침을 거른다. 그걸 삶의 일부라 표현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소화능력이 타고난 편은 아니라서, 부담스러운 포만감의 상태를 止揚(지양) 한다. ‘빨리’ 먹는 편이지만 급하게 먹는 것에 취약하다. ‘대충 때운다’는 말에는 (빨리)라는 말이 숨어있는데, 먹는데 오랜 시간을, 공을 들일만큼의 여유가 없단 말이기도 하니까 차라리 그럴 땐, 적절히 거르는 편이다. 空腹(공복)의 虛飢(허기)는 어느새 눈덩이처럼 불어나 순간의 ‘반환점’을 통과하고, 되려 무뎌진다.


IMG_0121.jpg <에그베네딕트, 잠봉햄>

굳이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거나 또는 아무렇게나, 몸 안에서 요동치는 ‘피드백’에 더 이상 無誠意(무성의) 하고 싶지 않다. 가볍지만 조금은 무거운, 배부르진 않지만 든든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 그것도 시간은 별다른 약속 없는 주말, 오전 아직은 떨떠름한 잠에서 막 깬 나른한 상태라면 꽤나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일 것이다. 부대끼는 건 싫고, 그렇다고 거르기엔 조금 아쉬운 그런 날도 있지 않은가. (실은 조금 힘을 줘 보고 싶은 점심이나, 苦待(고대) 하던 저녁까지는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이 적당하다)


평소라면 걸렀을, 쉽게 포기하던 수많은 날들을 뒤로하고, (그저 콜드 브루 수혈 하나로 지나왔다) 일상을 거슬러 보고 싶은 욕구, ‘오늘 하루는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작은 상을 주겠노라’는 경건한 시작에는 <브런치 카페>를 우연히 들어가게 되면서부터였다. 동기는 <PCR>이나 <신속항원검사> 같은 다소 ‘시의성’을 반영한 시국 안의 주제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기왕, 이렇게 따끈한 이불을 박차고 나온 김에 뭐라도 해보고 돌아가자는心算(심산)에서였다. 미처 마르지 않은 빨래처럼 더 널려있을 수 있었는데도 不拘(불구), 大義(대의)를 위한 발걸음이 낯선 시도를 하게 만들었다. 기대 없는 注文(주문)이었지만 꼼꼼하게 따져봐야 했다.


IMG_0118.jpg <에그베네딕트, 잠봉햄>

재료가 어떤 조합으로 이뤄져 있는가를. 실은, ‘브런치’를 먹을 만한 가볼 만한 장소를 누군가 물어올 때면 알게 모르게 작아졌다. 누구에게나 취약한 과목이 있지 않은가. 특히나 ‘수리영역’에 混沌(혼돈)에 멀미를 느끼듯, ‘브런치의 영역’이란 미지의 世界(세계) 같았다. 호기롭던 몇 번의 시도는 누군가 정성스럽게 차려 놓은 예컨대 [감성 스테이, (펜션)] ‘조식’ 같았으니까, 아침을 당연히 거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질적인 식탁이었다. 애써 찾아가 고르고 고른 테이블 위에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재료의 조합에 헤집고 보니 그다지 精誠(정성)이랄 것마저 담겨 있지만은 않은 적나라한 實體(실체)를 마주하기를 몇 번, (그렇다면 차라리 사진이 잘 나올 만큼 採光(채광)이 좋은 곳을 골랐어야 했다)


IMG_0136.jpg <아보카도 오픈샌드위치, 수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DB(data base)’로 잡히지 않았고, 우연한 기회에 커피 한 잔 마시려다 들른 가게에서 우연찮게 未知(미지)였던 세계 영역의 일부, 枝道(지도)를 켰다. 누군가 작정을 하고, 한 시간 남짓, 혹은 그 이상 풀-세팅을 하고(그 과정에서 이미 허기를 마주한 상태일 것이다) 먼 길을 나서, (멀미 보다 공복을 먼저 느낄지도 모른다) 그때 그 경험처럼 正體(정체) 모를 도전에 기대감까지 갖춰 온다면,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그저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나른한 주말 오전 나절의 ‘바이브’를 이어나가는데, 또 남은 주말(시작과 동시에 끝을 떠올린다)을 진정, ‘녹진’하게 만드는데 배부르지 않은 든든함의 ‘맛’을 알게 된 것이다.


IMG_0128.jpg <아보카도 오픈샌드위치, 수란>

과하지 않고, 그다지 입맛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쯤 썰어보고 싶은 비주얼이, 거기에 재료를 하나씩 곱씹어 보면 꽤 친숙한 녀석들이다. 한 점의 꾸밈없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앉아 무릎이 나올 때로 나온 유니네 츄리닝과 뽀글이, 가장 편한 신발을 신고 있을 때, 비로소 이 메뉴는 완성된다. ‘풀-세팅’에 갑옷처럼 감싸 안은 진한 [니치향수]보다 아직 입가에 미세하게 남은 치약 맛이 아주 살짝 올라와 코 끝에 남아 스칠 때, 그리고 이 晩餐(만찬)이 끝나면 다시 마스크를 재정비하고, 먹는데 집중하느라 조금은 흐트러진 모자를 고쳐 쓴 다음 누군가 마주칠까 무서워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브런치의 世界’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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