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과'핫'모두오래된골목이나
시장에있는건에대하여

*쯔란마요볶음면 :을지로와 충무로 사이 무작위MZW

by HERMITAGE


검게 깔린 어둠은 높기만 한 天障(천장)에 깊이를 더한다. 가늠으로만 닿을 5미터의 層高(층고)는 가능성을, 또 무한한 상상력을, 무언가를 얹거나 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형용하기에 조심스러운 비밀이 남는다. 탁 트인 공간이 주는 상쾌함도 분명하지만 둘러싸인 어둠 한가운데 자리하는 아찔함도 때로는 필요한 고요한 매력이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보이는 四方(사방)은 알게 되는 거리나 크기보다 멀게 느껴지고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조금씩 어둠에 순응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서서히 적응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에 녹아들고 한편으로 익숙해진다. 인현시장 어귀에 한 작은 골목에서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났다. 삶의 터전이던 서울 外觀(성곽)이 보이는 혜화동을 시작으로, 마로니에공원을 지나 길어지는 산책코스를 觀望(관망)한다. 도심이 깊어질수록 궁궐이 늘어선 거리를 보면 사대문 안에 들어와 있다는 안정감 높은 사실이 발걸음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든다. 종로 한복판의 한가운데 놓인 버스 전용차선처럼 길게 늘어진 길은 가장 큰 숫자부터 하나씩 줄어들기 시작해 광장을 가진 광화문으로 이어진다. 멈춘 시간을 그대로 표현해 내는 格調(격조) 높은 풍경은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건물을, 숨죽여 낡아가는 골목 사이로 난 왜소한 길을, 60년쯤 되어가는 술맛 나 보이는 시장을 곳곳에 품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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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은 지나치게 현대화가 되었고 여전히 과거의 흔적이 녹슬어 가듯 그대로 남은 곳들을 찬찬히 뜯어살 핀다. 미처 닿아보거나 들어서지 못한 길들이 여전하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공원이나 대궐 앞에 조성된 녹지에 무심하게 놓인 벤치들을 살필 때, 고개를 돌려 반대편에는 거인처럼 보이는 고층 건물 하나하나가 앞다투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는 近現代(근현대)적인 사실이 버무려져 아름다운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實感(실감)한다. 걷다가 보면 오래된 레코드판 가게 앞에 괜히 멈춰 서게 되고 으슥한 골목 안쪽에는 어떤 가게가 숨어 있을지를 상상하며 들어서기에 이른다.



애초에 ‘’한 걸 좇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의를 내리기도 가끔은 어렵다. 感受性(감수성)을 자극받는 건 언제부턴가 주로 오래된 가게였다. 하지만 길어지는 산책은 오래되어있기로 한 을지로의 거리를 걷는다.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주방기구부터 퇴근 후에도 꺼지지 않는 조명, 익숙한 이름 예컨대 ‘미국의 기준’과 같은 욕실용품을 취급하고 설치하는 가게와 사이사이에 붉게 번지는 조명이 들어선 알싸한 느낌의 가게들, 층에 상관없이 들어선 國籍(국적)을 알 수 없이 妖邪(요사)스러운 분위기로 채워진 낡은 창 사이로 ‘힙’ 하지 않으려고 해도 느껴지는 신비로움이 창문 밖으로까지 전해진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전히 숨죽여, 그곳들은 살아 숨 쉬고 있으며 더 이상 어느 누가 방문하는지 같은 사실이 이제 더 이상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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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南山(남산)방향으로 걷다가 방향을 조금만 틀면 목적지인 [충무로]에 다다른다. 번쩍이는 바람에 반사되는 고층 건물의 유리창 대신, 언제 칠해진 줄 몰라 갈라지고 검은 옷을 뒤집어쓰고 해진 건물이 하늘의 벽처럼 배경이 되어 요즘과는 다른 구조를 상상해 보게 만드는 짤막한 배경이 펼쳐지고 거리는 좀 전보다 고요해진다. 드물어지는 人迹(인적)도 깊어가는 거리의 분위기와 장단을 맞춰 간다. 호기심이 묻어나는 보폭은 초조해 보일 만큼 좁아지고 걸음은 빨라진다. 저 멀리 줄지어선 작고 오래된 가게들이 종종 나타나 거리를 메우면 깊이 있는 歷史(역사)를 수소문해 찾아온 사람들의 행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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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길목에서 지금 外觀(세대)보다도 中壯年層(중장년층)이 터줏대감으로 자리하고, 익숙한 거리와 가게에서 젊어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도시 한쪽으로 오랫동안 자리 잡은 宮闕(궁궐)과 신축 건물이 올라오는 공사현장의 생동감을 넘치는 畫幅(화폭)으로 담아낸 새로운 방식의 그림 같다. 점차 비슷한 外觀(외관)으로 익숙해지는 거리 사이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면 푸르거나 붉은 조명에 이끌려 입간판 몇 개를 관찰하듯 지나쳐, 입구를 지키고 선 가게의 메뉴판을 몇 차례 구경하고 층고만큼이나 깊이 나있는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나름대로 힙하지 않으려 애써왔지만 낮게 깔리는 어둠에 차차 반사되기 시작하며 暗順應(암순응)에 이른다. 사방은 조금 전보다 또렷하고 선명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하고 짙은 어둠 속에서 벽면으로 수놓은 얼굴과 눈이 마주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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