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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Jan 03. 2024

가타부타 가부가 있겠습니까

성북구 삼선동 가부 본점 


성북구에서 종로구까지 일대의 3개의 지점을 운영하는 가부는 실력 있는 요리부를 구현하는 가게다. 정통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애쓰고 현지화를 거치는 한국에서도 마냥 캐주얼하다고만 할 수 없는 중도다. 가까운 곳에서 제대로인 중식(요리부)을 즐기고 싶을 때 머릿속 우선순위로 떠오르는 곳이다. 유난히 밥 생각은 덜 하고 그렇다고 얼큰하게 취하고 싶지만은 않을 때, 적당히 차가운 칭다오가 단순히 맥주 아닌 진득한 음료였다는 걸 느끼고 싶은 날 방문하면 된다. 그렇다고 노포는 아니고 다이닝이라는 말을 붙여야 할 것 같은 프리미엄급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주택 상권에 최적화된 적당히 부담 없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그런 붉게 물드는 ‘가며듬’으로 근처에서 장사하시는 다른 가게 사장님들까지도 거나하게 취한 모습을 종종 마주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도 흔들리거나 주춤하지 않고 하나씩 결과물을 늘려 왔다는 것도 제대로 해오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어떤 지점을 지나던지 일정 수준으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더 이상 신상 가게라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인근 노포에 비하면 짧다고 느껴질 시간 동안 꽤 탄탄하게 동네에 자리 잡은 가게로 보인다. 한편 혜화점은 행정상으론 종로구지만 성북동종로구 그 경계에 있다. 산책하다 보면 가부존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가게 안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오밀조밀한 마을에 들어앉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지역에 또 하나의 시그니처가 탄생하는 과정 같다.’



그 동네에 가면 중식은 어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금방 따라오는 답이 되었다. 모든 지점을 가보진 않았지만 성북구청 인근에 있는 지점 본점에만 꾸준히 방문하는 동안 데이터가 쌓였다. 그동안 먹어본 요리부 메뉴가 한 바퀴 이상을 돌았고 중복인 메뉴를 주문하기에도 계절이나 추천 메뉴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는데도 부담 없다는 건 어설픈 곳과는 달리 고유의 개성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는 증거다. 같은 장르에 다른 선택지가 있음에도 리스트는 돌고 돌아 같은 지점을 찾아 들어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골랐던걸 다시 고르는 게 누군가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파격적인 순간일 수 있다. 


오픈 초기, 한동안 웨이팅은 꾸준했다. 지금도 종종 몰리는 시간데엔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다. 회전율이 꽤 대단해 보이는데 가족단위의 식사가 이어지고 화이트보드에 이름과 인원을 수기로 작성하는 투박한 방법은 이 가게의 특성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호텔 중식 수준에 준하다는 그들의 스토리텔링에 수긍하면서도 데일리로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와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요리부를 부담스럽지 않게 주문할 수 있다는 게 가부의 장점이다. 다만 식사 메뉴에 대한 완성도의 문제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한다. 완성된 요리가 주는 높은 만족도에 비해 면 요리나 볶음밥 같은 식사 메뉴를 주문했을 땐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다. 식사만 하고 가는 사람들이 혹 오해하진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EDITOR

:HERMITAGE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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