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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AGE Jan 09. 2024

청개구리 심보

우와 대학로점 



*雨蛙(우와) 

:청개구리

"엄마는 날 청개구리라고 불렀어."

실은 청개구리라고 부르는 엄마가 즐거워하길래 그랬어.



상징적으로 솟은 세 개의 봉긋한 초록색 도형이 눈에 든다. 얼핏 말고 자세히 뜯어보다 보면 청개구리를 볼 수 있다. 오픈전부터 돌아만 다니던 산책길에 대학로에서 처음 마주한 雨蛙(우와)는 초록색 타일(돌이켜 보니 옥색 같기도 하다)이 깔린 목욕탕에 들어온 것 같은 인상의 실내디자인에 캐주얼한 메뉴를 부담 없이 고를 수 있는 일식당이다. 코로나가 없던 시절에 우와가 위치한 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나 방역 지침 같은 것이 없어 연극이라는 수요를 통해 몰려든 사람으로 퍽 사람 냄새가 나는 골목이었다. 지금은 어느 동네나 뒷골목들은 비교적 한산해져 이미 알고 있던 사람들, 또는 반드시 가야만 하는 경우에만 대학로의 후미진 골목을 찾다 보니 거리에 수요는 줄었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뚝심 있는 힘은 바로 기본 메뉴의 맛을 탄탄하게 유지하는 데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에도 (컨설팅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지만) 결국 유행은 돌고 돈다. 한때 테이블에 인덕션 화구를 넓게 펼쳐놓은 것처럼 보이는 비장한 은빛 철판에 조리돼서 나오는 게 아닌 과정을 앉아서 지켜봐야만 하는 프랜차이즈가 바다를 건너온 일이 있다. 다소 매니아틱해 보이는 이유는 음식에 취향을 넘어 번거로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테이블 위에서 펼쳐지는 침묵의 시간에 말로 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더러 있었을 것이다. 현지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을 것이고 꾸준한 인프라를 위해 도심에서도 중심이 되는 곳을 골랐을 테지만 철판 메뉴라는 게 테이블마다 세팅을 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의 직원이 테이블을 책임지다 보면 느린 회전율의 문제와 높아지는 인건비를 감당해야만 하는 한계를 해결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점포를 하나 둘 늘려가던 그때와는 달리 현재는 본점도 자취를 감췄다.



대신 조리는 되어 나오지만 식지 않고 철판 요리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변주되어 자리에서 서브하는 가게가 남았다. 숱한 시행착오의 결과일 것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에 착안한 것이다. 우와는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키를 테이블당 적어도 조리된 직후 철판에서 서브할 수 있는 가게로 메뉴 이름으로 대명사화 되어가는 과정에 중심에 서 있다. 뒷받침할만한 근거는 청개구리를 잠시 들른 부평에서 마주쳤다. 모두가 어렵다던 지속되는 시국일 때도 점포를 늘려나갔다는 건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홍대 본점으로 시작해 처음으로 마주했던 대학로, 우연이었던 부평과 강남 최근에 본 연남동까지 총 6개의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변주된 방식으로 나름대로 본토 느낌은 살린 효율적 대안이 그들뿐 아니라 방문하는 식객의 사기를 진작게 했을 것이고 철판 앞에 앉은 손님은 식지 않는 음식에서 그들의 고민까지 맛봤을 것이다.


스몰 이자카야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종종 야끼소바가 안주 메뉴로 채택되는 것을 지켜봤지만 메뉴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이전의 이자카야에서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남겨야 할 때 상대적으로 오코노미야키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철판요리의 세계가 포문을 열고 백화점 푸드코트에 한 구석을 차지할 만큼 비교적 흔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표하는 브랜드로 딱 떠오르고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맛을 가진 이름은 없었다. 우와가 오픈한 지 햇수로도 여러 번 그간 적지 않게 방문해 오다 보니 패턴처럼 주문하는 메뉴가 정해졌다. 오코노미야키 보다 야끼소바를 더 선호하는 취향이지만 하나만 시키기엔 어쩐지 아쉽고 실은 두 가지 메뉴를 다 소화하기에는 조금 과하다. 하지만 진득하니 주류와 함께 엉덩이 좀 붙이고 앉아 철판의 잔열에 은근히 취하고 싶다면 두 가지를 동시에 선택하는 게 좋겠다.



편하게 곁들일 수 있는 소주부터 흑맥주, 와인과 하이볼까지 주종에 관해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카운터석으로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는 나란히 앉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일반 테이블이지만 여전히 꺼지지 않는 철판에 식재료를 부어 놓고 은근히 익혀 먹는 것을 재밌어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만족의 역치는 사람마다 다양하고 음식의 수준이라는 것도 더 깊이 파고들기만 한다면 얼마나 더 진득하고 설득력 있는 맛이냐로 귀결한다. 우와가 잘하는 가게라고 할 수 있는 뚜렷한 이유는 캐주얼하게 고른 음식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을 주면서 서비스와 메뉴구성이 알차다는 것이다. 모든 타국 음식의 현지화에 대해 언제나 부정적인 편이지만 청개구리가 해오던 고민과 눈에 보이는 결과는 지금까지도 성공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히 옳았다고 말하고 싶다.



EDITOR

:HERMITAGE

BY_@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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