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옥타

옛날야키소바

by HERMITAGE



空回轉(공회전)이 필요하다. 저항해 볼 수조차 없는 힘, 예외 없는 무더위. 코와 입을 가리고, 뒤에서 목을 조르는 코로나에 어딘가 훌쩍, 여행 가듯 떠날 수 없으니 마음 편히 멍하게 있을 곳이 필요했다. 단지 그런 이유에서였다. 대단한 휴식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면 좋겠다. 너무 낯설지도 않고 평소와는 달리, 이번에는 구태여 새롭지 않았으면 했다. 언제부턴가 도전이 두려워졌다. 몇 번의 억지스러움에 당황스러우리만큼 끼워 맞추려던 시간은 긴장만 하게 만들었던걸 끝으로 흔적 없이 사라졌다. 어설픈 자극 대신, 餘韻(여운)을 길게 남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날씨에 예민하지 않을 수 있게, 무뎌지고 너그러워질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다. 먹고 싶은 음식이나, 가고 싶은 곳이 없어지는 계절이다. 한낮에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 가릴 수 없는 태양 아래로 삼십 분가량만 걷다가 보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밀려든다. ‘꼭 어디여야 한다’ 거나 ‘반드시’ 같은 것들은 자연스레 녹아내린다. 입맛을 잃어가는 것이다. 괴로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드는 찝찝함은 몰입을 방해한다. 어딘가 가능한 멀리, 도망치듯 떠나고 싶지만 다시 이성을 되찾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문밖을 나선 지 십 분 만에 정리된다. 비행기에 올라 國境(국경)을 벗어나는 일은 당연하다는 듯, 無理(무리)가 되었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려면 큰 결심이 필요했다. 종종 사진과 영상 속, 사람들이 여름을 나는 모습을 관찰할 때면 휴양지에서, 더위를 피해, 뜨겁지만 체감할 수 없는 햇빛 아래로 나아가 살을 태우고 물을 첨벙이는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을 오늘도 어김없이 지나고 있다. 하늘에선 매일, 기록을 경신하려는 듯 맹렬히 햇살을 퍼붓고 일상에서 그리 멀리 도망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을 밖으로, 불가피하게 얼마간의 시간을 노출해야 한다면 적지 않게 어디로 다녀올지를 고민해야 했다. 기회라 할 만큼 흔하지 않아 졌고 예전과 비교하는 건 더 이상 적절치 않았다. 별것 아닌 게, 아닌, 특수한 시간 속에서, 소소한 곳에서 특별함이 이젠 더 소중해졌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였다. 아주 오랜만에 방문에도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달라진 거라고는 근육이 알게 모르게 조금 더 솟아 있었다. 억지로 불린 게 아닌,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생긴 잔잔한 등 근육이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전 이긴 했지만, 처음 들어갔던 그날에도 그리 대단한 메뉴라고는, 아주 기가 막힌 맛이라고 표현하기에 긴가민가 했던 건 사실이다. 도쿄를 여행하던 어느 날 저녁, 가장 커 보이는 편의점에 들러, 이제 막 물건 정리가 끝난 거대한 냉장고 앞에서 가지런히 놓인 간편 조리음식 몇 개를 집어 들었던 그날. 돌아가야 하는 숙소 근처에는 몇 번의 포장으로 또 들르고 싶어진 가게, 퇴근길에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선, 야끼소바를 만들고 있는 푸드 트럭에서 양손 가득 사들고 방으로 올라가 먹었던 바로 그 맛을 떠올렸다.


대단한 장소를 구글링해 기어코 찾아가 웨이팅 끝에 겨우 남긴 그런 기억 대신, 평범하고자 했던 일상,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소한 여운이, 여행의 향수로. 도시의 분위기가 가미된 정적이고 차분해지는 진한 風味(풍미)는 기억의 시간을 불러왔다. 때론 혼자,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했다. 지나가다 마주친, 멀찌감치에서 본 창 안으로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심야 식당처럼 조촐하게 붐볐고, 자리는 지날 때마다 지정된 것처럼 언제나 가득 차있었다. 원래부터 낡아있는 것 같은 소박하지만 고풍스러워 보이는 테이블은 그때보다도 시간이 더 지난 지금, 이제는 점차 윤이 나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였다.


흘린 걸 닦고 다시, 말리기를 반복하며 셀 수 없는 세팅과 치우기를 반복해가며 나무도, 나이도 점차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는 것만큼 점차 어두워지는 조명처럼 벽을 조금씩 짙은 색으로 칠했다. 섬처럼 분리되어 있는 이곳과는 다른 바깥 온도와 같은 화장실도, 낮게 깔린 바닥에 끌리는 발끝의 질감도 그대로였다.


Hermitage

@big_be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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