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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령 Sep 02. 2017

요즘따라 그냥 그래

다 잘될 거야

 이른 아침부터 핸드폰 알람 소리가 울리자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던 나는 겨우 잠에서 일어났다. 금요일은 공강이라 더 자고 싶었지만 이번 학기에 금요일을 공강으로 만든 이유는 내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찾아와서 공강으로 만든 것이었다. 힘든 몸을 일으키고서는 간단한 세면을 끝내고서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서는 곧바로 여의도로 향했다. 여의도에 도착할 때쯤 핸드폰에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카페로 오라는 것이었다. 카페에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의 사람이 나를 반겼다. 근 2년 만에 보는 얼굴이 있었다 그분도 나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서로의 근황 토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근황 토크가 끝나자, 그분이 내게 써오라는 주제의 글을 평가받기 시작했다. 전역 이후 이렇게 가슴이 조마조마한 적은 처음이었다. 5분 정도 내 글을 읽으시더니 그분은 아무 말 없이 커피만 마셨다. 우리 두 사람 사이로 흐르는 정적이 나의 숨을 더 막히게 하는 것 같았다.



글에서 살기가 느껴지는데, 혹시 증오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그 말을 듣고서는 뜨끔했다. 그분에게 글쓰기 주제를 받고서는 이성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어느 순간부터 내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글에 들어가고 말았다. '혹시 눈치채기라고 하겠어?'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글을 많이 쓰는 분이라 그런지 내 글을 읽고서는 글의 의도를 한 번에 파악하셨다. 그분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해봤자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 돼서 사람 인생 망칠 생각이라면 기자 할 생각 하지 마 



 이 말을 내게 하셨다. 난 그분에게 그동안의 속사정을 다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분은 나의 어깨만 토닥여줄 뿐이었다. 그 행동 하나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알 것만 같았다. 가끔은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피드백이 끝난 후 그분은 내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글에 너무 생각이 많아, 다음부터는 많은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단순하게 적어


 그 말을 듣고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 분과 카페에서 헤어지고 난 이후 곧바로 자취방으로 가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무작정 한강으로 향했다. 불금인지라 한강에는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연인, 친구 그리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있었다. 길을 걷다 한강을 바라보고서는 걸음을 멈췄다. 한강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에서는 말로 설명 못 할 기분이 들었다. 한 동안 한강만 멍하니 바라보다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분의 말이 다 맞았다. 요즘 나 자신을 보면 생각이 너무 많다. 생각이 많다는 것을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곳에서 생각이 많다는 것이 티가나는가보다. 무더웠던 8월은 지나가고 9월이 찾아왔다. 9월까지 늦여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8월 초 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여름의 더위는 말없이 사라졌다. 나의 많은 생각도 여름처럼 말없이 사라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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