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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Mar 31. 2024

마흔의 첫 혼자여행 3

3. 인프제와 인프제의 만남

이번 내 인생 첫 혼자여행의 장소를 부산으로 잡은 것은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부산에 있었기 때문이다.


블로그 1일 1 포스팅 조원으로 만난 그녀는 나와 나이도 같고, 심지어 같은 인프제로 성격도 비슷했다. 생각이 많고, 성장욕구가 강한 우리는 서로 다른 이유로 블로그를 시작하고 그 이후 3년간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았다.


블로그 인연에서 이제는 인스타 친구가 된 우리는 서로의 삶의 조각을 정제된 사진과 남겨진 글들로 확인할 뿐이지만 '나와 같은 종족(?)'이라는 강한 끌림이 언젠가 꼭 그녀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어졌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나의 부산행 소식에 뛸 듯이 기뻐했다. 나를 드디어 만난다는 사실도 기뻤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아이들 없이 외출을 허락받았다는 것에 더 큰 기쁨과 전율을 느끼는 듯했다. 같은 엄마로서 내가 좋은 일 했구나 괜스레 뿌듯하기까지 했다.


인프제와 인프제의 만남.


배려의 여왕들답게 첫인사를 나누는 순간부터 마지막 헤어지는 인사까지 이렇게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싶었다. 아무리 온라인상 오랜 친구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을 정도로 막역했던 것은 아니라 실제로 만났을 때 살짝 어색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기우였다.


내가 '짝' 하면 '짝'하고, 그녀가 '쩍'하면 내가 '쩍'하는... 합을 맞춰본 적도 없는데 이미 환상의 콜라보인 그런 상황.



우리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서점을 둘러보고, 카페를 가고, 해안로 산책길을 걷고, 소품샵도 구경하고 심지어는 인생네컷까지 알차게 찍으며 돌아다녔다.



물론 각자의 특색과 다른 점은 있었지만 비슷한 결로 흐르는 가운데 반짝이는 윤슬 같아서 그마저도 완벽한 한 짝이구나 싶었다.



오전에 만나 밤늦게까지 이어진 우리의 만남으로 혼자여행의 둘째 날은 쓸쓸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홀로 남은 숙소에서 사방이 고요하고 적막한데 마음은 빈틈없이 꽉 채워진 기분이 들었다.



부디 그녀에게도 우리의 만남이 뱃속부터 천천히 온몸에 온기를 꽉 채워주는 따듯한 수프 같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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