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던질 때, 사라!

feat. 현 에어비앤비 사장의 곡소리

by 마리뮤

최근에 부동산 관련 팟캐스트를 자주 들었다. 소위 부동산 투자 전문가분이 나오셔서 이런 말을 했다.


"남들이 겁에 질려 던질 때 웃으며 사고, 남들이 웃으며 축배를 들 때 팔아라"


'히야, 멋진 말이군, '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것처럼 모호한 말도 없구나' 싶었다. 보통은 남들이 축배를 들 때 '이제 이 잔치도 곧 끝난다'라고 몸을 사리면, 몇 년 후에 또 똑같은 사람들이 더 호화스러운 잔치를 벌이고 있더란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 었는지 덜컥 에어비앤비를 인수하고 아직까지 잘 운영을 하고 있다. 스트레스받을 땐 '캭, 퉤!' 그만두자 싶다가 천사 같은 게스트들이 몇 팀 묵고 가면 역시 '꿀이다 꿀' 이러면서 규모를 더 키워볼까 헛바람이 든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지난 2주간 14개의 예약이 취소되었다. 한 달 전부터 제법 꽉 찼던 달력에 구멍이 숭숭 났다. 요즘은 에어비앤비 어플 연락이 오면 '헐, 설마 또 취소?!' 이러면서 오들오들 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달 월세까지는 어떻게 충당이 된다는 것. 청소와 빨래가 순전히 무료 봉사가 되고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니 희망은 있다.


요새 에어비앤비 던지기 매물이 꽤 많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개 나오기도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하루에 서너 개는 기본으로 나온다. 원래 2월이 비수기라 양도 매물이 많이 나오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확실히 코로나의 영향임을 부정할 수 없다.


며칠 전 들었던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 귓가에 스쳤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가? 남들이 공포에 떨며 물건을 던질 때 내가 웃으며 사들여야 하는 것인가?


오늘 조건이 마음에 들었던 양도 매물 두 개를 보고 왔다. 하나는 위치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집이 매우 낡아서 양도를 받아도 손 볼 것이 한두 개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다른 하나는 위치가 살짝 아쉽지만 건물 컨디션과 양도인의 미적 감각이 너무 좋았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든 공유 숙소들에서 곡소리가 나지 않는 시기였다면 몇 초 사이로 거래 완료가 되었을 매물들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시기가 시기다 보니 리스크가 너무 컸다. 월세에, 양도금에, 몇 달 버티기에 들어갈 자금까지 필요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가 몇 달을 버틸 수 있다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 같은데 나에게는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공포를 걷어낼 재간이 없다.


배포 좋게 인수한다고 치자. 나는 둘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비범한 인간으로 추앙(?)(ㅋㅋㅋ무슨 추앙까지야) 받거나 미련해도 그렇게 미련할 수 없는 인간으로 전락하거나.





남들이 던질 때 사야 한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아, 지금은 나도 내꺼 던지고 싶다고........


아악 당장 내꺼 다음 달도 빵꾸날거 같다고.......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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