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일기
친구가 아주 좋은 스터디를 기획했다. 두 달간 글쓰기 목표를 정하고, 서로 으쌰 으쌰 하는 스터디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쓰기는 영 맥이 풀려버린다. 단 몇 명이라도 서로 동기부여를 해주며 관심을 쏟아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스터디에 들어간 이후 열정적으로 글을 썼다. 거의 매일 카페에 가서 단 몇 줄이라도 글을 적으니 글쓰기의 '시동'이 제대로 걸린 기분이 들었다. 쓰고 싶은 글감이 샘솟았다. 그렇게 신나게 쓰고, 또 썼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일상을 마비해버렸다.
거의 꽉 차 있던 에어비앤비 달력이 매일 텅텅 비어갔다. 전액 환불에 속이 쓰렸지만, 이 특수한 상황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새로운 숙소를 양도받았다. 지금 하고 있는 곳을 차차 정리하고 옮길 요량으로 코로나 때문에 저렴하게 양도하는 곳을 잡은 것이다. 나름 과감하지만 좋은 결단이었다고 자축했는데 신천지 신도인 31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이미 양도비를 다 내고 계약까지 끝난 시점이었다. 과감하지만 좋은 결단은... 나의 대책 없는 낙관에 불과했다. 쓰벌.
울고 싶은 심정으로 새로운 숙소를 손 봤다. 양도비가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내가 양도받은 것 중에 멀쩡한 게 별로 없었다. 커튼과 침구는 조악했고, 거실 식탁은 다리가 흔들거렸고, 화장대는 옆으로 옮기려고 들었는데 두 동강(?) 나버렸다. 이런 상태로 운영을 했었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내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만드려고 매달리다 보니 카페에 갈 시간은커녕 집에 갈 시간도 없어서 일주일째 숙소에서 먹고 자고 일했다.
책 읽어야지, 글 써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마음이 심란해서 그런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제 숙소 단장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며칠 내로 완벽히 끝날 것 같다. 오늘은 마음을 다잡고 카페에 나왔다. 3주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과 노트북을 챙겨 나왔다. 책은 이미 반납기한이 지났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도서관에서 어느 날 문자가 왔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휴관하기로 해서 대여한 도서들이 자동 연장될 것이라고 했다. 바빠서 도서관 들릴 틈도 없던 나에겐 조금 기쁜 소식이었다. 느긋하게 읽어도 되겠다.
책 읽기 전 무슨 글이라도 써서 발행하고 싶었다. 글쓰기에 꺼진 시동을 다시 거는 느낌이랄까. 작가의 서랍에 쓰다만 글들이 쌓여있지만 애써 다시 새 글을 쓴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 하나를 완성하고 올리고 나면 그다음은 또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몇 달간 손 쪽쪽 빨아야 하는 백수 예약이지만 책 읽고, 글 쓰며 버티자. 얼른 코로나가 잠잠해져서 학원 알바도 다시 가고, 에어비앤비 신규 예약도 받고 싶다.
집에서 청소도 잘 안 하고 어지르기만 한다고 남편한테 잔소리했던 나를 반성한다. 남편이 이번 달에 성과급을 받아왔다. 자기가 있으니 몇 달 손해 봐도 걱정 말라고 한마디 하는데 진심 BTS보다 멋있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BTS만큼) 내가 진짜 남편 퇴직해도 1도 걱정 안 하게끔 돈 많이 벌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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