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기, 매일 쓰기 D-6

비 오는 날도 멈출 수 없는 걷기의 매력

by 마리뮤


어제의 그 쾌청한 하늘을 잊지 못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게다가 어젯밤은 서울에 있는 내 에어비앤비 숙소에 머물러서 매일 거던 집 근처 공원으로 아침 운동을 나갈 수 없었다. 날씨가 좋았다면 한강에 가서 운동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자못 아쉬웠다. 아침 운동을 하지 못한 채 해야 할 일을 끝내고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왔다. 별로 힘든 일도 없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쏟아져서 거의 2시간을 내리 자고 일어났다.


자고 일어나서도 '오늘 걷기 운동은 어쩌지?'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녁을 먹기 전 잠깐 집 앞이라도 걸어볼까 했는데 남편이 내가 자는 동안 치킨을 시켰다고 했다. 어제부터 밖에 있어서 계속 음식을 사 먹었다. 내일은 요리를 해서 더 건강하게 먹어야지 다짐했다. 치킨은 내가 일어난 지 10분 만에 도착했다. 그렇다면 치킨을 먹고 소화시킬 겸 밤에 걸어야겠다.


치킨은 퍽퍽했다. 배달 치킨은 매번 새로운 곳을 시도하는 데 성공한 적이 별로 없다. 치킨 세 조각을 먹고 나니 별로 당기지 않아 많이 남겼다.


자, 이제야 걷기 운동을 하러 나갈 때가 왔다. 밖을 내다보니 조금씩이지만 비가 계속 내렸다. 후드티 위에 적당히 방수가 되는 윈드브레이커를 걸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갔다. 제발, 이 정도 무장이면 충분하길!


20200419_201726.jpg 2020.04.19 걷기운동 6일차


매일 가던 공원까지 가기는 멀어서 아파트 앞에 아주 작은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인증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하늘도 나름 운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새도 없이 어떻게 하면 신발이 안 젖을까 걱정부터 해야 했다. 평평하지 못한 바닥 때문에 곳곳에 물웅덩이가 나를 위협했다. 거의 던전을 빠져나가야 하는 미션을 수행 중인 생쥐가 된 기분이었다. 요리저리 피해 가며 걷는 것도 오늘 걷기 운동만의 묘미였다고 생각해야겠다.


20200419_201716.jpg 곳곳에 물웅덩이!


어릴 적 교육이 참 무서운 게 나는 아직도(글 쓰는 현시점 서른 중반을 넘어가는 중) 밤에 혼자 밖에 있는 게 싫다. 엄마가 하도 어릴 때부터 겁을 주어서 밤거리를 혼자 걸으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잠재 위험요소로 느껴진다. 덕분에 바른생활을 실천하며 안전하게 잘 살아왔지만 오늘 같은 날 밤에 혼자 나와 걷는 것도 조마조마한 쫄보가 된 것은 애석하다.


한 15분쯤 걷자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걷기가 지겨워서라기 보다 좀 더 안정감이 느껴지는 곳에서 걷고 싶었다. 나는 발길을 돌려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그냥 가긴 아쉬우니 아파트 계단을 좀 더 걷다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파트 계단이 더 무서울 줄이야. 하하. 3층까지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데 그 위층부터는 캄캄했다. 쫄보로 사는 일은 참 피곤하다. 그래도 13층까지는 용기를 내어 올라갔다. 사실 어두운 계단 복도가 무서워서 13층에서 포기했다기보다 내 체력의 한계가 딱 거기까지였다. 우리 집까지는 편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


집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확인하니 6 천보 정도가 찍혀있었다. 앗,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새로운 어플을 하나 깔았다. '캐시 슬라이드'라는 어플인데 예전에 독서모임에 참석했을 때 어떤 분이 걸으면 적립금이 쌓인다며 알려주셨던 어플이다. 물론 적립되는 돈은 하루에 몇 원 수준이지만 나는 어차피 매일 걷기로 결심했으니 한 두 달에 캔 커피 하나 사 먹을 돈이 모이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5일간은 손목에 찬 위밴드로 걸음수를 확인했지만 오늘은 캐시 슬라이드 어플을 이용했다.


6천 보는 오늘 하루 총 걸음수였다. 순전히 걷기 운동으로 채워진 수는 아니지만 집 안에서 4 천보를 채워 오늘은 1만 보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괜히 내리는 비와 어둑한 밤거리를 걱정하느니 집 안에서 제자리걸음으로라도 오늘의 운동을 채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텔레비전 앞에 딱 자리를 잡고 제자리걸음을 하며 넷플릭스를 봤다. 요새는 '테라스 하우스(하와이 편)'을 보고 있는데 한국의 '하트 시그널'이 이 프로그램을 한국식으로 만든 게 아닐까 생각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와, 하와이... 진짜 가보고 싶다' 이 생각이 제일 많이 든다. 푸른빛 바닷속에서 스노클링 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무렵 나의 목표인 1만 보도 채워졌다. 캐시 5원이 적립되었다. 친구에게 자랑하면 추가 적립을 해준다고 해서 바로 남편 카톡으로 자랑하기를 보냈다. 이제 총 10원이다. 아하하하하! 만약 매일 10원씩 적립한다고 하면 한 달이면 300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음, 두 달에 캔 커피 하나도 어려울 듯하다. 아까 '남는 장사(?)'라는 표현은 다시 거둬들여야겠다. 한 달에 300원을 위해서 팝업 광고를 보는 수고를 감내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어찌 되었든 오늘로써 매일 걷기 6일 차도 성공이다! 내일은 매일 걷기 도전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부디 다시 한번 쾌청한 하늘이 나를 맞이해주기를!





매일 걷기, 매일 쓰기

D-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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