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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뮤 Apr 28. 2020

매일 걷기, 매일 쓰기 D-15

174g 더 가벼워진 발걸음




어제 남편이 미안하다며 고백할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무선 이어폰을 회사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매일 내가 이어폰을 끼고 무언가를 들으며 걷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꼭 챙겨 오려 했다는 남편... 괜찮다. 어제 이미 아무것도 듣지 않고 걷는 것도 꽤 기분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는 서로 각자의 이어폰을 가질 때가 온 것 같아서 새 제품을 쿠팡으로 주문했다. 앞으로 이어폰을 끼고 안 끼고는 온전히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집을 나서려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는 순간, '핸드폰이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서 걷기만 하고 올 테고 급히 받아야 하는 연락도 없었다. 저번에 설치한 캐시 슬라이드라는 어플 때문에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손목밴드에도 만보기 기능이 있었고, 1만 보 목표를 달성해도 겨우 5원 정도 누적이 되기 때문에 안 가져나간다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174g(이 표현을 쓰기 위해 친히 내 핸드폰 기종의 무게를 검색해봄) 더 가벼워진 몸으로 자전거에 올라탔다. 왠지 모르게 자전거가 더 쌩쌩 잘 나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달려 거의 공원에 다다랐을 때, 나는 '아차차'하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핸드폰이 없으면 운동 인증사진을 못 찍는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멍충이, 멍충이, 똥멍충이...


그러나 돌아가기엔 너무 멀이 와버렸고, 인증 사진이 없어도 내가 당당하게 운동을 했으면 그만이기에 마음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집에 돌아가자마자 집에서라도 인증 사진을 남기기로 했다.


오늘은 주머니에 든 것도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다. 걷기 운동이 매일 지속되다 보니 허벅지 근육이 계속 뭉친 느낌이 들었다. 스트레칭을 따로 안 하다가 근육통이 미미하게 지속되면서부터는 운동 후 조금씩 풀어주고 있다. 그래도 2바퀴째 걸으니 허벅지 근육이 또 당겨왔다. 3바퀴가 시작할 때 나는 가볍게 뛰었다. 걸을 때 쓰는 근육과 뛸 때 쓰는 근육이 미묘하게 달라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당기던 근육이 조금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뛰는 것은 확실히 금방 지친다. 공원의 5분의 1 정도가 내가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최대의 거리이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매일 조금씩 뛸 수 있는 만큼은 뛰고, 힘들면 천천히 걸어야지.


4 바퀴를 다 돌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기 전 스트레칭을 했다. 무릎 꿇고 앉는 자세로 앞쪽 허벅지 근육을 늘려주고, 벤치에 앉아서 두 다리를 팡팡 털어주면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었다. 이렇게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 같다. 걷기 운동도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스트레칭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 돌아와서 얼른 인증 사진을 찍었다. 예쁜 공원을 배경으로 찍지 못해 자못 아쉬웠다. 내일은 다시 174g을 주머니에 챙겨서 나가야겠다.


2020. 04.28 걷기 운동 15일 차_ 운동 후 집에서




매일 걷기, 매일 쓰기

D-15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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