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브런치에 매일 걷기 기록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오늘 분명 운동을 하러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며칠간 스멀스멀 게으른 자아가 올라오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아 운동하기 귀찮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일이 없는 날이라는 핑계로 아침시간을 아무것도 안 하고 낭비하고 오후에는 잠시 서울에 볼일이 생겨 다녀왔더니 저녁이 되어버렸다.
잠깐의 외출이라도 밖을 나갔다 오면 항상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걷기 운동에 대한 압박감을 애써 무시하고 또 한숨 잤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지나있었다. 더 이상 미뤘다가는 운동하고 나서 글 쓸 시간도 없을 것이 뻔했다.
납덩이같은 몸을 일으켜 겨우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혼자서 결심했던 계획이었다면 내 양심 스위치(?)만 잠깐 껐다 켜면 될터였지만 이미 내가 쌓아온 20일간의 기록과 브런치 이웃들의 좋아요가 나의 양어깨에 떡하니 올라타 있었다. 무조건, 무조건이다. 1년간 나에게 '오늘만...'이란 변명은 절대 먹히지 않을 것이다.
2020.05.04 매일 걷기 21일차_ 억지로 나와서 표정이 미묘하게 어둡다 ㅋㅋ
공원에 도착해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정말 운동하기 싫었던 마음을 다잡고 한없이 게으른 자신을 데리고 나왔다는 안도감과 대견함이 밀려왔다. 휴, 오늘도 지켜냈다.
이어폰이 먹통이어서 무념무상으로 걸었다. 밤이라 주변에 불빛이 있어도 뵈는 게 별로 없었다. 어제오늘 한여름처럼 더웠는데 밤에 나온 덕분에 햇빛 걱정도 없이 시원하게 걸을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첫 바퀴를 걸을 때만 해도 '으, 귀찮귀찮'이랬다가 두 바퀴째는 '오늘은 두 바퀴만 하고 쨀까' 고민했다가 세 바퀴째는 '그래도 막상 나와서 걸으니 좋네'라고 생각했다가 마지막 네 바퀴에는 '하... 이렇게 어렵게 지켜낸 오늘을 잊지 말자!' 다짐했다.
매일 똑같은 하루지만 오늘의 운동은 그 무게가 남달랐다. 다음번에 또 매일 걷기에 번뇌가 휩싸이면 악착같이 지켜낸 오늘을 잊지 말고 이를 악물어야겠다.
걷기 운동. 가벼운 약속이고 간단한 습관이지만 역시 꾸준히 하는 조건이 붙으면 결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