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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Aug 01. 2020

영어보다 더 중요한 것, 모국어

모국어를 배우듯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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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익히려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버린다면 차라리 영어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저자는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의 집합이 아니며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또한, 모국어를 바르게 사용치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고 외국어도 잘하기 어려우며 유창한 외국어에 부족한 모국어보단 그 반대가 낫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Letter = 편지’라는 단어를 외웠다. 학원 시험에 ‘Letter = 편지’라고 적었고 이후 선생님이 정답이라고 점수를 기록한다. 귀가 후 엄마가 확인한 테스트지에 정답이 되어있고 '단어 테스트'에서 동그라미를 확인하였으니 아는 내용일 거라 안도하고 지나간다.


만약, 아이가 ‘편지’라는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이라는 단어의 쓰임을 모른다면? ‘Letter’를 진정 아는 것일까? 쓰임을 모르는 데 사용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모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단어시험도 매번 만점이고 집에서 임의로 테스트를 해봐도 곧, 잘 대답하는데 왜 말하기(영어)가 부족하단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안타까운 상황이지 않은가? 필자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한글 어휘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순 암기만 했을 경우이다. 시험에 필요한 정답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이 흔히 겪는 애로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 어휘가 쓰이는 '상황'에 관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모국어를 익혔던 기억을 추적해보면 각각의 상황 속에 말이 함께 있었다. 그렇게 순간순간 자연스레 모국어를 습득했다. 


외국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모국어를 습득했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단순 암기식 공부가 아닌 어휘에 대한 이해와 상황을 적절히 연결하여 언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단순히, 단어가 포함된 예문을 함께 보시라는 식의 안내는 곤란하다. 자세한 쓰임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한목소리로 '모국어가 먼저 그리고 외국어가 후순으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아마 모국어라는 기둥에 다른 나라의 모국어를 씌운 공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 어쨌든 외국어도 외국에선 모국어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다른 나라의 '모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우려되는 점은, 모국어의 발달이 전제되지 않은, 이른 시기에 접근하는 영어공부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아직 머리가 크지 않은, 즉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꾸 이해 능력 밖의 수준의 언어 공부를 시켜봤자 아이만 힘들어하고 점점 영어에 대한 흥미만 잃게 되기 쉽다는 거예요.’


'모국어로 단어들을 익히고 문장을 만들 줄 아는 능력의 '3분의 1'만 영어로 써도 충분합니다. 즉 세 발짝 정도만 뒤서거니 하면서 영어를 시켜보세요.’ 


(영어 고민 수요 토크, 이보영)


‘영어만 잘하는 아이를 만들겠다고 하면 모를까, 논리력, 수리능력, 사회성, 지능 등 여러 가지 인지 능력에 대한 폭넓은 계발을 위해서라면 모국어를 일찍 습득하고 잘하는 것이 인성 발달의 기초가 된다.’


(영어공부보다 모국어가 먼저다, 김영훈)


핵심은 ‘모국어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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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얼 세대(Visual generation)'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은 필요한 정보를 책과 글이 아닌 유튜브 또는 영상을 통하여 찾는다고 한다. 유아기 때부터 말과 글이 아닌 스마트폰의 사용이 육아에도 개입하면서 꾸준히 영상에 노출된 아이들이 글과 멀어지게 되는 현상이 아닐까? 


이는 언어 습득 방법에 있어서 결코 유익한 현상은 아니다. 

말을 잘하는 것과 정확히 이해하여 쓰는 것은 다르다. 아이들은 글을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문해력'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만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초체력이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힘이다.


앞으로의 시대가 원하는 인재는 창의적 인재일 것이다. 아니, 창의적 인재를 넘어 창조적 인재를 원할 것이다.

자신만의 사고를 하는 능력이 필수인 시대, 정확한 모국어가 바탕이 되어야 창의력도 나타날 수 있다. 모국어의 결핍으로 스스로 생각을 표현할 능력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외국어를 아무리 잘한다고 할 지라도 모국어만큼 할 수는 없다' 


모국어 능력을 키우려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골고루 배워야 한다. 영어공부의 네 가지 영역과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모국어도 사용하는 대상에 따라 외국어가 될 수 있다. 언어를 배우는 처지에서 똑같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를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언어는 도구일 뿐이다. 기업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원어민을 고용하진 않는다고 한다. 

우리말을 잘해야 외국어 능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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