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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May 05. 2020

자녀에게 적합한 영어공부를 찾아라

- 영어유치원에 기대하는 것

pixabay.com


영어유치원은 꼭 필요한 것일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라 주장하고 싶다.


‘당신의 영어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생기는 원인을 ‘학벌지상주의와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의석, 학부모의 진짜 공부>


필자의 생각도 그러하다. 지금 시대의 영어공부가 단순히 내 아이에게 지식 습득의 도구로서 쓰임 보다 부모의 이전 배움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생겨난 하나의 신분 분류에 따른 욕구가 내재하여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 것은 아닐까.


조금은 과도한 해석처럼 들리는가? 그렇다면 영어유치원의 비용을 먼저 들여다보자.

필자가 근무했던 어학원의 영어유치원은 한 달에 150만 원가량의 수업료가 발생한다. (교재비, 재료비를 제외한 금액) 아침 9시부터 일과가 시작되어 5시에 끝이 나며 한글 및 체육시간 이외에 나머지 과목을 전부 영어로만 지도한다는 방식이다.


장점은 이렇다. 영어 노출 시간이 길다.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고 원어민과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억지스러운 영어 사용이 덜 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영어 유치원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아이에 따른 편차가 있겠지만 발음이 자연스럽다. 영어 학습의 측면에 있어서 발음에 비중을 두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이왕이면 자연스러움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으론 자연스럽게 발음하는 친구들이 언어 사용에 있어서 더 자신감 있게 영어를 익히는 것을 보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첫 번째,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를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기억할까? 


영어는 습관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도 동의하지만, 습관이라는 틀 안에서 아이마다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물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만들어진 영어공부에 대한 좋은 인식 그리고 자연스러운 접근이 '최고의 틀' 이라면 거기까지 만족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내 아이가 받아들일 영어학습 전체의 총량이, 이후의 모든 영어배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제하는 건 위험하다.


아이들은 하나의 놀이로써 '영어학습의 행위'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이지, 자연스레 전반적인 영어실력까지 향상된다고 믿는 건 부모의 바람일 뿐이지 않을까?


필자가 지도한 제이슨이라는 친구가 있다.

영어유치원 3년을 다녔으며 부모님 중 한 분이 통역사를 하였기 때문에 주변의 암묵적 기대를 받는 아이였다. 제이슨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유치원에서 어학원으로 넘어와 필자와 함께 수업하던 날이었다. 학원에서 나름 저명인사였던 아이가 필자와 함께 수업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이의 이전 학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수업에 전혀 스며들지 못했던 것이었다.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제이슨과 함께한 몇 번의 수업을 교훈 삼아 영어 유치원 시절 제이슨을 지도한 선생님에게서 받은 피드백의 내용은 이러했다.


"제이슨은 머리는 똑똑한 아이나 통제가 어려워 힘든 아이랍니다. 그리고 또래보다 한국말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어요. 의사표현이 조금 서툰 점 충분히 참고하여 지도하셔야 할 거예요"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후 언급하겠지만 정말 중요한 게 놓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아이의 입장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영어가 더 중요한가 평생 쓸 모국어가 더 중요한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필자의 판단은 한글 익힘에 부족한 점이 있어서 모국어 사용을 어눌하게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초등학교 취학 전 어린이의 영어몰입교육은 아주 위험한 선택이다. 얻는 것은 적고 불확실한 반면 잃는 것은 크고 확실하다. 영어를 잘하면 좋다는건 분명하다. 대학교를 가고 취업을 하는 데 유리하다. 지구촌에서 유통되는 지식과 정보 가운데 영어로 말하고 쓴 것이 절반을 넘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영어만 잘한다고 해서 다 잘되는건 아니다. 영어를 익히려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버린다면 차라리 영어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제이슨은 영어 유치원에서 3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그곳엔 잘하는 아이도 존재하며 당연히 상대적으로 느린 아이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3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낸 제이슨의 상황이다. 월 150만 원가량의 회비를 3년 동안 납부했다. 아무리 학습의 개인차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사회적 상식에서 납득할 만한 상황일까? 여기서 그럼 부모님은 전혀 몰랐나? 라는 의문이 들 수 있겠다. 부모님은 다만 자녀가 유치원에서 잘 지내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하셨다고 한다. 아쉽게도 제이슨을 지도하고 두어 달 뒤 즈음 필자는 퇴사하여 제이슨의 학습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더는 알 수 없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이전 어학원에서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지도하는 스티브에 대한 사례이다. 스티브는 현재 초등학교 2학년이며 또한 영어유치원 출신이다. 영어 구사에 두려움이 없으며 발표도 잘하고 스스로 학습도 가능한 아이다. 속히 말해 영어 감각이 있는 친구이다.


그런 스티브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쓰기를 너무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쓰기를 더 힘겨워하는데 그중 하나였다.


영어는 말만 잘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냐 라고 물으실 수 있겠다. 옛날을 떠올려 보자. 글은 모르는데 말만 하는 사람을 기억하는가? 언어를 '말'로만 기억하게 되면 '확장성'을 가지기가 어렵다. 더 깊이 공부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Birthday’ 란 단어가 있다. ‘birth(탄생) + day(날, 요일)’ 이란 단어가 합쳐진 뜻이다.

‘버스데이’를 ‘생일’이라고 기억하겠지만, ‘탄생’과 ‘요일’이라는 작은 덩이를 알아야 ‘태어난 날’이라는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은 덩이를 알려면 손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서 입도 함께 소리 내며 작은 덩이에 살을 붙이며 하는 공부가 영어의 ‘확장성’이다.


그런데 스티브는 어떤가? 손 근육도 함께 발달해야 하는 시점에 영어 구사에 집중한 나머지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손 근육의 발달에 결핍이 생긴 것이다. 영어공부는 쓰기 뿐 아니라 일정 수준까지는 손으로 영어단어를 쓰면서 공부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날 '영상중심시대'라 하여 손글이 소외되는 거 같기는 하지만 손과 머리는 함께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모두 경험한 바지만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눈으로 보는 것보다 큰 소리로 읽는 것이 효과가 있고, 이보다는 반복해서 쓰면서 읽는 것이 더 큰 효과가 있다.’


‘아이들은 쓰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 힘들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꾸 연습을 시켜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찬영, 기록형 인간)


다시 스티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스티브의 쓰기 근력이 제대로 발달하였다면 어땠을까? 교육의 초점이 영어에 집중된 유치원이 아닌 모국어 학습에도 적절한 비중을 둔 관리가 이루어졌다면 훨씬 덜 힘들어했을 것이다. 물론 스티브의 쓰기 근력 키우기는 필자와 함께 진행 중이다.


모든 영어유치원이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다양한 측면의 배움에 있어서, 너도나도 영어유치원을 보낸다고 하여, 긍정적 요소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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