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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May 02. 2020

좋은 경험의 시작, 파닉스

모국어와 외국어 사이

pixabay.com


좋은 토양에 좋은 식물이 자란다. 


필자는 파닉스 공부를 토양에 비유하곤 한다.


그렇다면 작물이 자라기 좋은 토양은 어떤 조건일까? 우선 토양을 구성하는 흙 의 역할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식물은 흙을 통하여 물과 양분을 획득한다. ‘물’과 ‘양분’만 있으면 충분한가? 아니다 여기에 ‘공기’를 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흙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담아내는 바구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히 상호작용을 해야 식물이 자라기 좋은 흙이 된다.


'흙은 가뭄이 들 때는 보수성이 좋아야 하고, 비가 오는 장마철에는 배수성이 좋아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흙은 물을 적절히 담고 있으면서도 또한 빠져나갈 수 있는 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텃밭농사 무작정 따라 하기, 길벗) 

 

자녀 영어의 시작점에 파닉스가 있다. 파닉스는 좋은 흙이 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파닉스에 대한 시작이 좋으면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게 된다. 파닉스라는 좋은 흙을 만들어 놓으면 이후에 자녀가 받아들이기도 하고 내보내기도 하며 자연스레 배움을 익히는 것이다. 무조건 받아들인다고 하여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필자는 파닉스를 지도할 때 하나만 명심한다. 틀려도 괜찮다는 것이다. 공부의 첫 기억은 반드시 좋은 기억이어야 한다. 특히 영어는 더욱더 그렇다. 언어학습은 습관이기 때문에 시작이 쉽고 만만해야 자녀에게 도움된다.


요즘은 파닉스를 시작하는 나이가 대중이 없다. 초등학교 입학 전 미취학 아동에서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부모가 가진 교육관 또는 각자의 사정에 의해 파닉스 학습 시기는 달라진다. 


학습대상에 따른 공통점을 살펴보면 파닉스를 재미있게 공부하는 아이들은 영어를 비교적 좋은 기억으로 접근한다. 반대의 경우는 눈치 영어의 시작이 될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영어 공부는 '틀려도 괜찮다' 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모국어도 당연히 틀리는데 영어 또한 예외는 아니다. 선생님이 여러 번 들려주고 확실히 아는 거 같다고 판단하여 거듭 확인할 때에도 무수히 실수한다. 당연한 것이다. 영어는 실수하면서 익히는 언어다. 오히려 언어공부는 많은 실수와 함께 고쳐가며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영어는 예외어가 많다. ‘a’를 배울 때 '아아' ‘애플’이라고 하다가 ‘an’ 이 나오면 ‘안’ 이 아니라 ‘언’ 이란다. 아이들 입장에선 난감할 노릇이다. 


"케빈 선생님 파닉스는 몇 개월 만에 끝나요?"


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기간을 정하여 답변드리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유는 아이 각자의 학습 속도가 다르며 무엇보다 파닉스는 예외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연습이 중요하다. 때문에 ‘3개월’입니다 ‘6개월’입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알파벳에 따른 소리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걸 목표로 하시되 교재가 끝났더라도 반복적으로 계속 연습하셔야 합니다. 교재를 끝내는 기간을 알려드릴 수 있으나 그 '끝'의 의미가 '단어를 실수 없이 읽는다'로 이해를 하셔서는 되지 않으셔요."


우리말도 마찬가지다. 어른들도 국어를 틀리지 않고 완전하게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틀리더라도 재미있게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한다. 

방관하지 않는 선에서 격려해주고 지켜봐 줘야 한다. 


특히 자녀를 지도하며 흔히 볼 수 있는 부모의 한숨은 아이를 주눅 들게 한다. 

주눅들면 자신감이 줄어들고 기세가 약해진다. 기세가 줄어들면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게 영어와 멀어지거나 파닉스 공부가 생각 이상으로 길어지는 학생들이 생겨나는 이유이다.


'언젠가 TV 예능프로에서 세 살배기 아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는 연예인을 본 적이 있다. 아직 한글이 능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다 보니, 아이는 알파벳 ‘L’을 보며 계속 한글 ‘니은(ㄴ)’이라고 했고 엄마는 ‘L’과 ‘ㄴ’은 다른 거 라며 답답해했다.’


(이보영 선생님 우리 아이 영어 어쩌죠?)


필자는 말한다. 파닉스 보다 그리고 영어공부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한글 공부라고. 위의 사례처럼 최소한의 한글을 알지 못한 채 파닉스 교육을 먼저 한다? 득보단 실이 훨씬 많은 방법이라 말하고 싶다. 


충분한 한글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은 체, 지속적 영어 학습만 하는 아이는 나중에 한글도 영어도 다 놓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모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지금은 때가 아닌가 보다." 

"한글보다 먼저 영어를 시켜볼까?"


 우왕좌왕하는 사이 내 자녀는 공부를 하기보다 학습에서 오는 피로감을 먼저 배울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충분한 한글 공부가 먼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기 영어 공부, 즉 파닉스 학습은 절대 유익하지 않다. 사례에서 보인 것처럼 한글과 영어를 혼동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점에 파닉스 학습을 경험한 아이들은 어떨까? 일단, 영어에 호기심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파닉스 공부는 읽기 공부를 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호기심이 중요한 이유는, 영어는 한글과 달라서 정확한 발음 공식이 없다. 알파벳 하나하나의 조합이 다르게 발음되기 때문에 이것저것 맞추어 보기도 하고 다르게 발음해 보기도 하면서 아이 스스로 조금씩 받아들여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핵심은 틀리고 실수하는 과정의 기억들이 재미있는 기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필자가 파닉스를 지도하고 이후 부모님이 다시 봐주거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것도 못 읽어?"라는 식의 반응을 받은 적이 있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긴 하나, 어쩌면 정답에만 집착하는 학습 습관이 생기는 계기가 이 시점부터 형성되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자녀가 사소한 것조차 못 읽을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실수나 예외를 좋은 기억으로 받아들인 아이는 영어로 대화를 할 때 주저하지 않는다. 실수하면 수정해 나가면 된다. 중요한 것은 커 갈수록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전제는 영어공부에 언제나 관심이 있다는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지만 내 주변의 영어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한 번쯤 더 생각해보고, 이건 어떻게 발음하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는 것이다. 


작은 것들이 쌓여 실력이 된다.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에 대한 좋은 기억이 먼저이다.


다양한 예외를 접하고 내가 파닉스를 가지고 논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부모가 바라봐 주고 응원해 주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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