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파서 목이 메어서 안간힘을 써봐도.."
우람씨의 20대 시절 가요의 한 구절이다.
그땐 몰랐다. 사랑이 왜 향기를 남기는지.
이후 나이가 들며 향기에 특별한 기억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노래 가사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게 됐다.
흥미는 영어를 남기는 것일까?
공부에 있어 흥미를 고려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흥미는 지식 습득의 기본이 된다.
우람씨의 어린 시절 힙합바지가 유행이었다. 힙합바지란 요즘 유행하는 슬랙스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사람 둘 들어가는 그 바지 말이다. 90년대 후반 대중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람씨의 어린 시절 힙합바지는 흔히 말해 필수템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브랜드, 대미지(Damage)는 당시 힙합바지로 널리 알려진 옷이었다. 우람씨는 힙합바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나머지 매일매일 입고 다녔고 급기야 바지에 달려 있었던 꼬리표(tag)까지 관찰하기 이르렀다.
그 시절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영어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었기 때문에 파닉스만 알고 있던 필자에겐 택에 적힌 영어가 흥미의 시작이었다.
'D ㄷ
a ㅔ
m ㅁ
i l
g ㅈ
i l'
무심결에 꼬리표의 아랫부분에 메모했다. 그리고 신기했다.
아들의 행동을 보고 있던 아버지는 다른 대꾸는 하지 않으셨지만 우람씨 스스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영어를 읽는 것이구나
이후 영어로 쓰인 글자 볼 때면 한글로 대입하고 맞춰가며 자음 모음 별로 스스로 공부했다.
당시에는 그 행동이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알파벳이 적힌 4, 5글자로 구성된 단어를 읽기 시작하니 이후 더 길어진 단어들도 읽어내기 시작했다.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그냥 읽었다. 흥미가 영어를 남기는 순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유선방송 시청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적이 있다. 지금처럼 즐길거리에 대한 선택권이 많지 않았던 시절, 종일 만화를 방영해 주는 투니버스라는 채널이 우람씨에겐 유튜브와 같았다. 신문에 편성표를 확인하고 투니버스를 볼 수 있는 친구 집에 방문하는 게 방과 후 일과였다.
디즈니 만화동산
투니버스를 볼 수 있는 요금제는 감사하게도 외국 채널의 접근 또한 쉬웠다. 열심히 만화를 시청하다가 채널을 돌리다 보면 순간순간 해외 채널에 시선이 머물곤 했는데, 그곳에서도 만화를 방영했었던 것이었다. 물론 영어였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매주 일요일 아침 디즈니 만화 동산을 더빙이 아닌 원어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냥 틀어놓았다. 왜인지는 몰랐으나 그냥 틀어놓고 그림만 보아도 좋았다. 그러면서 영어가 익숙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의 학습이었던걸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 영어는 재미로 가득했다. 만화는 곧 영어였으니까
우람 씨에게 어린 시절 영어에 대한 호기심은 어른이 된 지금도 많은 영향을 끼친 거 같다. 우람씨에게 자발적 동기는 외국 만화시청이었으며 결과적으론 영어를 듣는 행위가 편해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영어를 남긴 것이다.
당시와 비교할 수도 없는 영어 공부 콘텐츠가 넘쳐난다. 이젠 찾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여 선택해야 한다. 어린 시절 경험이 성장하는 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흥미가 우선이다. 만화도 좋고 책 읽기도 좋다. 유튜브 시청도 좋다. 확실한 건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흥미가 유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입맛과 같이 내가 선호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다양성을 가진 하나의 개인이다. 그저 강요된 학습만을 한다면 자연히 출력물이 떨어지며 학습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중된 흥미를 경험한 학습자는 어떤 식으로든 영어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