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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May 01. 2020

영어공부, 그 시작은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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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부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공부하는 대상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이란 태도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필자는 평소 학습 상담 시 영어 공부를 세계 일주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하는 데 오랜 시간 여행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첫 번째 ‘설렘’ 이 필요하다. 설렘은 곧 동기이기 때문이다. 동기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물론 동기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큰 걱정은 하지 말자. 마음에 의한 자발적인 학습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즐거움’이다. 세계 일주는 하루아침에 끝나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의 일정을 소화할 꾸준함이 필요하고 꾸준함이 필요하려면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체력이 필요하다. 일주일 동안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을까?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지만 영어 공부는 특히 체력이 필요하다. 단순 암기가 아니며 벼락치기로 결과물을 보여 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를 들를 것이고 지금껏 체험하지 못했던 세상의 만물을 하나하나 경험하는 것과 같다. 영어 공부도 같은 흐름으로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여유로 해석해도 괜찮다. 세계일주를 하며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완주하지 못할 것이다. 여유가 없으면 여정 중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 속에 여행의 동선이 흔들릴 것이며 이러한 사실은 결국 완주하지 못하거나 헤매고 있다는 의미일 것 이다.


영어 공부에 있어서 마음은 어떤 비중이 있을까? 


‘부모가 극성을 부릴수록 아이의 성적이 오를 거라는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다.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마지못해 공부하는 것이 버릇이 되면, 아이의 뇌리에 공부는 엄마의 사랑을 위협하는 적으로 각인된다. 이런 아이는 자라면서 공부를 마음속 깊이 증오하게 된다.’


<김주환, 그릿, 진짜 공부 잘하는 법>


제임스라는 아이가 있었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온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제임스는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이었다. 숙제도 잘했으며 특히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하루는 수업을 마무리하며 숙제 공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제임스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아닌가. 필자도 조금은 놀란 나머지 아이를 달랜 후 수업을 마무리하며 어머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아이가 요즘 좀 피곤한가 봐요 선생님."

"과학도 하고 피아노도 하고 책 읽기도 하고 다니는 학원만 8개랍니다."

"특히 영어는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수업 후 제가 따로 보충 지도하고 있어요."


당신이 제임스의 입장이라면 눈물의 의미를 눈치챌 수 있겠는가? 

말은 못 했지만, 제임스는 눈물로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숙제의 양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이미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던 것이었다. 


물리적 체력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체력도 정말 중요하다. 


결국은 공부를 쉬게 되었지만 후일담은 이렇다. 

어머님께서 선생님이 가고 나면 아이를 정말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지도했다고 한다. 속히 말해 쥐 잡듯이 시켰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아이 지도와 관련하여 집에서도 불협화음이 끊이질 않았다는 얘기도 접할 수 있었으며 결국 제임스는 듣고 있는 모든 수업을 없앴다는 마지막 소식만 접한 체 수업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관점에서 가장 안타까운 사례이다. 부모의 변화가 없다는 전제하에 제임스의 미래 학습을 예측해 본다면 크게 희망적이진 않을 거 같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제임스에게 공부는 이미 힘들고 괴로운 것이며 숙제 또한 부정적인 의미로 뇌리에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제임스는 어떤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까? 제임스 스스로 문제가 아닌 것을 당신도 알 것이다. 오히려 어린 시절 파악해야 할 학습적 습관 및 태도 등을 부모의 기대에 가려 보지 못한다면 아마 훨씬 먼 길을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시간적 비용적 낭비만이 이뤄질지 모른다는 말이다. 


제임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소화해야 하는 눈앞의 공부보다 배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더 중요하다. 이건 부모의 역할이다. 격려해주고 기다려줘야 한다. 배움에 대한 소화 시간을 줘야 한다. 공부는 부정적인 것이 아닌 보람된 요소도 있다는 것을 자녀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지켜봐 줘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 모든 학습을 중단시킬 각오도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 분명 탈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상, 그 ‘탈’이라는 것은 아이가 어릴 때 생길수록 교정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하다.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 의견에 대한 수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인해 몇 년을 쉬는 경우도 봤고 한국이 아닌 외국으로 떠나는 일도 있었다. 


필자는 풋살을 즐겨한다. 풋살은 미니 축구 경기라고 할 수 있는데 11명이 아닌 5, 6명이 함께 하는 운동이다. 


필자의 팀에 형제 회원이 있다. 안타까운 점은 형이 동생을 그렇게 말로 타박을 한다. 매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말이다. 심지어 동생은 공을 잡으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형에게 자동으로 공을 보내려 한다. 잔소리가 듣기 싫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형제가 상대편이 되었을 경우다. 언젠가 동생과 팀이 되어 경기했는데 형이 없는 동생은 가히 날아다니는 수준이었다. 말로 타박하는 형이 없으니 마음껏 즐기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의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부담이 없어야 즐길 수 있다. 당장의 단어 몇 개 시험성적 몇 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 자녀가 성장하며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이겨내려면 어릴 때 마음의 근력이 꼭 잡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실력 향상의 결과물도 함께 출력하는 아이로 성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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