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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기준 May 04. 2020

부모도 아이도 믿어야 한다

단 한 번도 자녀에게 부모 앞에서 영어로 말해 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pixabay.com


필자는 이보영 선생님을 신뢰한다. 대한민국 영어교육 1세대 이기도 하며 교육자로서 교육철학 그리고 공부하는 학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태도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아이에게 엄마 아빠 앞에서 영어로 말해 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이보영, 우리 아이 영어 어쩌죠?>


선생님의 도서를 여러 번 읽었지만, 인상적인 문장이라 기억에 남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본인의 아이가 학교와 학원에서 만나는 선생님을 믿고 따를 거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보영 선생님의 책을 읽기 전에도 필자는 학부모님들께 말로 단단히 부탁드린 부분이었다. 


"믿고 선택하신 기관을 먼저 믿고 지켜봐 주세요."


상담 직후에, 지도하는 선생님의 말씀이라 옳게 여겼을 거라 대답하였지만 속으론 당신의 방법으로 내 아이 영어를 시험해보지 않았을까? 


10명 중 9명의 학부모는 아이의 학습 결과물에 대해 직, 간접적으로 확인하려 한다.

내 아이는 알아채지 못할 거로 생각하는 방법이라며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내 아이는 알아채지 못하는 것일까, 


‘오늘 학원에서 뭐 배웠어?’ 


‘오늘 학원에서 배운 것 중에 엄마도 배울 수 있는 건 어떤 게 있을까?'


두 문장이 있다. 의도는 동일하나 문장의 속뜻이 다르다.

첫 번째 문장은 명백히 부모의 확인이다. 대부분의 자녀가 대충 답하거나 간섭이라 생각할 것이며 충실히 답하지 않은 그런 감시 섞인 질문 말이다. 특히나 성장하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보다 부모가 하는 질문에 덜 충실히 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방식의 질문이 계속된다면 마치 마법처럼 말수가 줄어들 것이다.


두 번째 문장은 아이의 기억을 더듬게 한다. 머릿속에서 생각할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배운 내용의 확인이 아닌 기억에 남는 어떤 것이기에 덜 부담스러울 것이다. 오늘 배운 내용이 하루 중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면 공유하고 싶어 할 가능성도 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한 개라도 좋고 두 개면 더 좋다. 혹여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아이의 반응에 매 순간 기쁨과 슬픔을 느낄 필요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내 아이에게 보내주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부모님이 나를 믿고 있다는 신뢰를 내 아이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부모의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아이 스스로가 자신을 존중하며 공부한다.  


첫 번째 문장은 아이에게 결코 좋은 질문이 아니다.


 특히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부모의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조금이라도 부모의 실망감을 인지하는 순간, 즐기는 영어가 아닌 보이는 영어, 나를 만족시켜주는 영어가 아닌 부모님의 기대를 채워 넣는 스스로가 사라진 영어를 하게 된다. 중심이 내가 아닌 부모님으로 옮겨가는 영어공부를 할 뿐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눈치가 빠르다. 학생 중심인 영어공부를 해야 능동적일 수 있고 즐기며 공부할 수 있다. 


무심코 내뱉고 보이는 부모님의 말씀과 반응이 아이의 정서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필자의 지도 경험을 돌이켜 보면 스스로 목표를 달성해 나가며 성장하는 영어를 보여주는 학생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러한 학생들은 특별한 내면의 힘과 기운이 있다. 외부의 영향에 흔들림이 없이 스스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내 아이가 앞으로 능동적 영어공부를 하려면 두 가지가 채워져야 한다. 


첫 번째 부모님의 신뢰이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이 나를 지지한다는 믿음 말이다.  부모님의 믿음 가운데 성장하는 학생은 문제 하나하나의 결과에 따라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하며 이상적인 영어공부이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부모가 보내는 신뢰를 느끼지 못하거나 믿음이 부족한 경우 작은 것에 미련을 둔다. 한 문제 두 문제 쉽게 생각하라는 말이 아닌 실수에 의연해질 수 있어야 극복하는 힘이 생긴다는 말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을 믿고 공부하려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면 결과물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플러스 원인 것이다.


두 번째는 영어를 즐긴다. 영어공부에 긍정의 경험이 많이 축적된 아이들은 영어를 즐기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영어가 정답과 오답에 따른 결과 중심의 학습이 되지 않을 때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즐기는 영어를 하는 좋은 활동들이 되풀이되면서 자녀 학습의 지속성, 학습 근력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된다. 앞서 말했듯이 전제는 부모님의 신뢰이다. 


‘지금처럼 아이를 감시하고 구박하고 끌고 다니면 맨 먼저 자발성이 죽는다. 쉽지 않겠지만 아이를 믿어야 한다. 아이에게 내재된 힘, 자발성을 믿어야 한다’


‘자발성이 충만할 때, 호기심과 열정, 용기와 도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영어 단어 하나 외우기 싫어하는 아이가 랩에 빠지면? 어려운 문장을 달달 외운다. 공부를 지겨워하던 아이가 공부에 자발성이 생기면? 하루 열 시간 넘게 공부한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자발성은 아이의 학습 근력 성장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발성이 바탕이 되지 않은 공부를 한다는 것은 '말을 억지로 물가에는 데려갈 수 있겠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와 같은 맥락이다. 


자발성은 ‘자기 내부의 원인과 힘으로 사고나 행위가 이루어지는 특성’을 말한다. 스스로 사고하는 행위는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경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는 기회만 제공해주고 아이를 믿고 기다리면 된다. 그러는 사이 자녀에게 내재한 가능성과 힘은 성장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영어 공부에 한정된 것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내 아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깨우침일지 모른다. 내 자녀를 믿자. 그러면 자녀는 자신을 믿게 된다. 내 안의 조바심, 걱정을 조금씩 내려두는 연습을 지금부터 시작하자.


여기에 적재적소, 자녀가 원하는 바를 인지하여 내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시기와 방법에 따른 학습 도구를 제시해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괜찮다. 

자녀의 영어공부는 긍정의 기억들이 쌓여야 즐길 수 있게 되고 즐기게 되면 스스로 지속가능한 영어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믿음이 바탕이 된 공부는 부모와 자녀 둘 다 만족하는 결과를 얻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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