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치 해변에서 만난 장원영3 _ 2025년 12월

by 김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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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2편을 먼저 읽고 와주세요!



슈퍼스타들과 헤어진 뒤로 나는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진 걸 느꼈다. 오한이 느껴지고, 몸이 벌벌 떨렸다. 설상가상으로, 30분 가까이 걸었는데, 숙소를 잘못 검색해서 11분을 더 걸어야 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온몸이 뜨거웠다. 원래도 목 상태가 안 좋았는데, 낮에 겨울 바다에 들어간 후유증으로 상태가 더 나빠진 듯했다. 종일 바닷물에 젖은 바지를 입고 다녔으니 그럴 만도. 겨울 바다 입수는 정말 객기였다.
그날, 상의는 발열 내복에 니트를 입고 히터를 30도로 틀어놓고 잤다. 그래도 추워서 자는 내내 벌벌 떨면서 식은땀을 흘려댔다.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몸이 너무 안 좋다. 현재 상의를 3겹을 입고 보일러도 빵빵하게 틀고 있는데, 여전히 너무 춥다.

마지막 날은 내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특별히 한 건 없었다. 점심으로 야끼소바를 먹었고, 공사장에서 안전모를 쓰고 있는 귀여운 일본 아르바이트생을 보았고, 돈키호테에서 곤약 젤리를 사서 나왔고, 후쿠오카역 스타벅스에 들어가 시간을 죽였다.
“야, 뭐냐. 방금 봄? 그냥 연예인이잖아.”
“와, 미쳤다. 여기가 천국이구나.”
주위를 둘러볼 때마다 감탄의 연속이었다. 올해 여름 도쿄에 놀러 갔을 때는 예쁜 사람을 거의 못 봤는데, 후쿠오카는 예쁜 사람이 길에 널려 있었다. 일본의 미래는 후쿠오카에 있다.

여자친구를 만들자며 호기롭게 시작한 여행이었다. 술집에서 옆 테이블의 일본 여자들이랑 대화를 나눈 적은 있지만,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아야 현지인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일본 여행이 끝나갈 무렵 친구랑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우리 진짜 일본어 공부할래?”
“넌 일본어가 문제가 아니야. 한국 사람한테도 제대로 말 못 걸잖아. 외국인한테는 말 잘 건다면서 제대로 건 적도 없고.”
“공항 체크인 딱 두 자리 남았거든. 우리가 꼴찌야.”
“엥? 어떻게 그래? 진짜 딱 우리 자리만 남았다고?”
“갈 땐 우리 떨어져서 가야 하니까 이번엔 진짜 말 걸 수 있다는 거 보여줄게.”
“제발 보여줘라. 말만 번지르르 해가지고. 너에 대한 신뢰도 영이야 지금.”
인천 공항에 도착하고 친구를 찾았는데, 친구가 웬 예쁜 여자와 얘기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난 친구의 바로 뒤에 가서 줄을 섰고, 분위기를 망칠까 싶어 친구에게 말을 걸진 않았다. 친구가 먼저 알은체했다.
친구와 그녀는 공통점이 상당히 많았다. 친구가 울산에서 대학교를 다녔는데, 그녀는 울산 사람이었고, 친구가 사진작가로 활동했는데, 그녀는 인플루언서 모델 출신이었으며, 심지어 같은 관악구에 살고 있었다. 심지어 그다음 날은 우리의 고향인 대전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운명적인 인연이 있나 싶던 찰나,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남자친구가 데리러 오기로 했단다. 친구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녀와 작별 인사를 했다. 물론 나도 아쉬웠다는 건 비밀이다.

재밌고 유쾌한 글을 적고 싶어서 ‘여자에 미친 컨셉’을 잡았다. 못 믿겠지만, 이 글은 컨셉이다. 사실무근. 부디 믿으셔라.
친구는 SK하이닉스랑 여러 벤처캐피탈 인턴에 떨어지고,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었다. 취업 준비를 제대로 하기 전에 좀 쉬다 오자는 취지로 진행된 여행이었다.
둘 다 계획을 잘 안 짜는 즉흥적인 타입이라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 곳에 대충 들어갔다. 한국어 메뉴판이 없으면 그걸로 성공이라는 말이 있던데, 로컬 분위기 물씬 나는 식당을 찾은 게 성공이라면 성공이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자친구를 못 사귄 것은 아니고(?), 우리가 일본어를 전혀 못 한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다음에는 일본어를 어느 정도 배우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기본적인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현지인과 정말 재밌게 놀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영어도 잘 못하는 마당에 일본어 공부까지 해야 한다니.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건 많은데, 시간은 없고. 인생 참 쓰다.
참, 덮밥 집에서 우리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그 여자들은 귀국하는 비행기가 우리와 같았다. 뻘쭘해하는 그녀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친구는 그녀들을 보곤 적잖이 당황했다.
“너 어떻게 알아봤냐? 내가 봤던 얼굴이랑 전혀 다른데?”
“에이, 그 정도 아니야. 완전 비슷하구먼.”
난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그때 봤던 얼굴이랑 쌩얼이랑 차이가 너무 커서 정말로 못 알아봤다며 놀랐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첫날 무인 호텔의 체크인 방법을 몰라서 애를 먹었었다. 당시 한국인 커플이 호텔에서 나오길래 체크인 방법을 물어봤었는데, 그 커플들도 같은 비행기로 귀국했다. 공항에서 줄을 서다가 눈을 마주쳤는데, 왠지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다 싶었다. 어디서 봤는지 골똘히 고민하다, 뒤늦게 알아채고 말을 걸었다.
“뒤늦게 알아봤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는 당황하며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남자의 얼떨떨한 반응에 나도 좀 뻘쭘해졌다. 친구는 아는 사람 맞냐며 물었고, 나는 호텔 체크인 도와준 커플이라고 알려줬다. 이렇게까지 동선이 겹치는 거도 참 우연인데, 이런 인연이 몇몇 있는 여행이었다.
결과적으로 길게 이어갈 인연을 만든 여행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마주하지 못했던 다양한 사람과 스치며, 그간 보지 못했던, 듣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많이 얻어가는 여행이었다. 이번 후쿠오카 여행의 점수를 매겨보자면 8점이다. 100점 만점에.
농담이고, 10점 만점에 8점이다. 2점을 깎은 이유는 일본어를 전혀 못 해서 현지인과의 교류가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는 점과 길게 볼 수 있는 (여자)친구를 사귀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괄호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쓰니 ‘여자’라는 표현은 잊어주길 바란다.
여행의 끝에 심한 감기에 걸렸다는 점 때문에 1점을 더 깎아야 할 것 같다. 지금도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월요일부터 출근해야 하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큰일이다. 제발, 내일은 좀 나았으면 좋겠다. 원래 감기 걸리면 하루 만에 낫는데, 일본산 감기는 많이 독한가 보다. 역시 사스가 닛본!

모모치 해변의 겨울 바다는 끝내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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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이 모두 완결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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