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디자인 여행 #3 : 비엔나 도서관 'Hauptbücherei'
유럽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도서관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유럽의 도서관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 사람들은 뭘 보고 뭘 공부할까? 친구의 도움으로 드디어 간 비엔나 종합 도서관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이번 포스팅은 한국과 다른 좋았던 요소들을 '공간'이라는 주제로 적어본다.
(비엔나 종합 도서관은 비엔나 지하철(우반) 6호선(U6) Burggasse-Stadthalle 역 2층에 위치)
<목차>
1. 공간의 매력
2. 공간 살리기
3. 공간 속 센스
4. 맺음말
#사진 공유
1. 공간의 매력
#아이와 어른의 교집합
: 한국에 있을 때, 집 근처 시립 도서관이 새로 지은 터라 자주 갔다. 그곳 1층엔 안내소와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고, 2층엔 성인 도서관 그리고 3층엔 열람실이 있었다. 깔끔한 외관과 내부의 디자인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으나 무언가 차갑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건 도서관 '공간 나누기'의 차이였다.
빈 종합 도서관은 어린이와 어른, 열람실과 도서관의 공간 분할이 모호하다. 특히, 3층에서 서재로 가는 길은 어린이 도서 파트를 가로지른다. 그 아래층이 보이는 곳엔 독일 문학이 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 했던가. 아이들은 어른처럼 자연스레 책을 읽는다. 또, 모호한 공간 분할은 부모와 아이가 각자 좋아하는 책을 들고 만나 같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자연스레 만든다.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여주는 좋은 방법은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닐까?
#애매모호의 매력
: 이 도서관의 열람 공간 역시 애매모호하다. 이곳은 책을 읽는 곳인가, 앉아서 쉬는 곳인가, 누워서 자기도 한다. 이런 애매모호함은 분명 시원시원하게 나있는 통유리로 비엔나의 풍경을, 유럽의 공원 문화를 실내로 들여온 결과일 것이다. 애매모호 함엔 다수의 목적이 강요되는 일이 없다. 도서관은 공부를 하는 곳인가?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인가? 모르겠다. 이런 애매모호함은 단연 이 도서관의 큰 매력이다.
2. 공간 살리기
: 한 프로젝트에서 도서관 사서 선생님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미디어 매체가 넘쳐나 시청각 자료의 학생 수요가 거의 없어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들었을 당시는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지만, 이곳에 와보니 아무래도 시대가 변한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그랬다. 문제는 현상이 아니라 본질에 있다고.
#음악의 도시라서?
: 비엔나 종합 도서관의 시청각 자료 중 특히 청각 자료와 그 활용도는 한국과 비교해 딱 봐도 높다. 큰 차이는 역시나 공간 활용에서 오는 듯해 보인다. 인터뷰를 했던 도서관은 시청각 자료가 아주 도서와는 별개로 존재하고, 대여도 따로 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이곳 비엔나 종합도서관은 역시 매우 모호하다. 열람실로 추정되는 그곳에 자연스레 놓인 오디오 기기, 그곳을 통과하는 길에 놓인 수많은 앨범들은 음악에 문외한인 나조차 한 번 듣게 만든다.
3. 공간 속 센스
: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서 도서관이 단순히 인테리어에 신경 쓴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얼마나 배려하는지도 볼 수 있다.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놓인 귀마개 자판기(?), 책을 서서도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한 서재의 디테일, 다양한 소재의 의자, 책 보는 사람을 위한 스타벅스보다 편한 소파는 진정 이 도서관이 사용자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센스가 느껴지는 것들이다. 좋다.
4. 맺음말
: 한국에도 네이버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등 도서관 이용자에게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도서관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업 차원의 접근이 아니라 많은 시립 혹은 공영 도서관이 공공 차원에서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히 접근하면 어떨까 싶다.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엄마와 아이가 서로 좋아하는 책을 펴고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가장 생각난다. 총총.
#사진 공유
: 용도 무관, 출처 양심에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