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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방귀 냄새가 지독해요. 무슨 병에 걸린 걸까요?

뿌아아아악 => 북악터널(?)

저는 사석에서 개그, 유머 욕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기분 나쁘지 않은 선을 지키며, 그 자리에서 가장 재밌는 사람이 되는 게 제 작은 목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몇몇 웃긴 에피소드들도 외우고 다니고, 정말 가까운 분들에게는 성대모사도 하고 그럽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에 하나는,

내비게이션 음성인식을 켜고 방귀를 뿌아아아악 뀌었더니,

내비게이션이 북악터널로 안내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북악터널. 이수근.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 이 이야기는 소리를 살려서 말로 해줘야 재밌는데......

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혼자 웃고 있습니다.


작년에 지방의료원 근무 중일 때, 노부부 한쌍이 저녁 5시 반쯤 응급실로 오셨습니다.

외래 시간인 줄 알고 오셨는데, 내과 선생님이 퇴근을 해버려서, 저한테 진료를 보려고 오신 거였습니다.


"네, 할아버지께서 어디 불편해서 오신 거예요?"

"응..."

"네, 할아버지 말씀하세요."

"아이고, 선생님, 이 양반 방귀가 너무 지독해서 왔어요."

"............???????????????????????????????????"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 선생님이 웃음을 빵 터뜨렸고, 저도 웃음이 나왔지만 일단 참고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공중보건의사는, 환자를 대하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민원인들의 요구에 친절히 응해야 하는 공무원이기도 하니까요.


"아... 방귀 가요?"

"응! 요 며칠 새 갑자기 그런다니까!!!"

"음... 최근에 뭐 먹는 거가 변한 건 없으세요?"

"... 맨날 비슷 혀."

"뭐 혹시 이전에 진단받거나, 치료하거나, 수술하신 병 있으실까요?"

"뭐 고혈압, 고지혈증. 무릎 아파서 무릎 주사 맞고. 그거 말곤 없어."


일단 겉으로 보기에 특별히 건강히 나빠 보이진 않으셔서, 복부 시진, 청진, 타진, 촉진을 하면서 진찰을 마쳤습니다.


"음... 일단 응급실로 오실 건 아닌 거 같고, 아마 내과 외래 선생님도 별 문제 아니라고 하실 거 같아요. 그냥 냄새가 심한 거 말고 다른 증상이 없으시면, 괜찮으실 거 같아요."

"네..."

"혹시라도 체중이 줄어든다거나, 어지럽거나, 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변비나 설사가 생긴다거나. 그런 경우에는 꼭 다시 오셔서 진료 보세요."


의외로 소아청소년과에도, 그리고 소화기내과에서도,

1. 방귀를 자주, 너무 많이 뀌어요.

2. 방귀 냄새가 지독해진 거 같아요.

위 2가지로 걱정하거나,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첫 번째, 방귀를 자주, 많이 뀌는 건, 가스 생성이 많아졌다는 건데, 이는 식이섬유 섭취가 많을 때 그렇습니다.

야채, 줄기채소 등에 포함된 식이섬유가 장내 미생물과 만나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가스를 생성하는 것이죠.

실제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소와 양의 트림, 방귀가 지목되기도 했죠. 소와 양은 식이섬유를 많이 먹기 때문에, 방귀를 많이 뀝니다.

https://www.korea.kr/news/visualNewsView.do?newsId=148896362

실제로 채식하시는 분들이 방귀를 더 자주 뀌고, 대신 냄새는 덜 난다는 말도 있습니다.


두 번째, 방귀 냄새가 지독 해지는 건, 단백질 섭취가 많을 때입니다.

단백질이 장내 미생물과 만나서 이산화황(SO2)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고기, 생선, 계란 노른자, 유제품, 요구르트, 치즈 등이 원인일 수 있는데,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죠. 그래서 아이들 방귀도 냄새가 지독할 수 있습니다.

모유 수유하는 경우에는 엄마의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서, 분유 수유하는 경우에는 분유 단계를 높이면서 단백질 함량에 높아지면 냄새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단백질 셰이크를 먹는다거나, 육식 좋아하는 분들은 방귀를 덜 뀌지만, 냄새가 많이 날 수 있겠죠?



다른 동반 증상이 없다면,

방귀를 많이 뀐다고, 냄새가 지독하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평소 좋은 장내 미생물 세균총을 유지하기 위하여, 유산균을 꾸준히 먹는 건 건강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방귀의 양/냄새의 문제가 아니라, 복부의 가스 생산이 너무 많아서 복부 팽만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면,  포드 맵(FODMAP)이 적은 음식들을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도움 될 수 있습니다.

복부 팽만을 유발하는 포드 맵 (FODMAP)


만약 방귀의 문제에 더해서,

체중감소, 복부 팽만, 복통, 설사, 변비, 혈변 또는 흑색변, 어지럼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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