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와 ‘옷’
옷 없이 걷고 싶어
아무 상관없이 시선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어릴 때로 돌아가서
-악뮤 'freedom' 중에서
평상시에 노래를 즐겨 듣는 가수가 있다.
바로 악동뮤지션이다.
가끔 기분이 울적하거나 가라앉으면 악동뮤지션의 신나는 노래를 듣곤 한다.
그럼 초콜릿을 먹어서 혈당이 오르는 것처럼, 기분이 확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최근에 빠진 악동뮤지션의 노래가 있는데 바로 'freedom'이라는 노래다.
가사가 시작하는 가사가 재밌다.
'옷 없이 살고 싶어 아무 상관없이 시선.
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어릴 때로 돌아가서'
자유라는 노래 제목에 딱 맞는 재치 있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학교나 회사라는 공간에 맞춰 항상 준비해야 하는 옷의 존재가 불편해질 때가 있다.
꼭 외부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만 옷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니다. 가장 편안한 집에 있을 때에도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반팔, 반바지나 원피스는 입고 있었다.
최근에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는 그냥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라고 하는 것이다.
집마다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다니!
우리 집의 구성원은 엄마와 아빠, 나와 여동생인데 우리는 항상 집에서도 잠옷이나 편안한 옷을 입고 생활을했다.
씻고 나올 때도 화장실에서 옷을 다 갈아입고 나왔다. 특히 아빠가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나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언제나 '옷'을 입고 있었다.
나체의 자기 자신을 편하게 바라본 적이 있나요?
살면서 내 몸을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을까.
생각보다 우리는 자신의 몸보다 내가 걸치는 옷이 무엇인지를 더욱 신경을 많이 쓰곤 한다.
내 몸 중 배에 얼마나 많은 살들이 구체적으로 옆구리를 중심으로 퍼져있는지를 편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보다는 그걸 감추는 옷을 찾기에 바쁘다.
내가 생각하는 몸의 콤플렉스는 통짜 허리였다.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연예인들은 개미허리여서 어떤 옷을 입어도 테가 사는데 내가 입으면 어정쩡했다.
나는 그게 내 통짜 허리 때문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내 통짜 허리를 보는 것을 싫어했고, 그걸 가릴 수 있는 옷만 찾았다.
그랬던 내가 내 몸은 편안하게 , 자연스럽게 보게 된 건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본격적으로 옷을 벗고 있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벗고 있으려고 한건 아니었으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정확하게는 벗고 있다는 것보다는 입고 있지 않게 되었다.
11시가 넘은 한 밤 중에 씻을까 하다가갑자기 핸드폰도 보고 싶고,책도 보고 싶고, 노래도 틀고 싶으면 그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돌아다녔다.
갑자기 유튜브를 틀고 운동 영상을 따라 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다.
가끔은 내 통짜 허리를 둘러싼 살을 유심히 만져보기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어깨를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아빠의 어깨를 닮은 것 같아 셔츠를 입으면 옷태가 사는 것 같았다.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몸이었다. 그렇게 나는 100g도 나가지 않는 옷의 무게가 주는 자유로움을 처음 느껴본 것이다.
미국의 팝가수로 유명한 매간 트레이너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된 경험을
공유했다.
과거 본인의 몸에 있는 튼 살 자국이 혐오스러웠던 그녀에게 테라피스트는 의외로 단순한 처방을 내렸다고 하는데, 바로 하루에 5분 본인의 벗은 몸을 지켜보라는 것이었다.
이 처방을 받은 메간 트레이너는 별다른 생각 없이 거울 앞에 나체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시작했다고 한다.
첫날에는 자신의 몸이 혐오스러워 1분도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3일째 되는 날부터는 본인의 몸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었고, 시간이 더욱 지나면서는 그토록 혐오했던 몸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나의 공간
자취를 하며 나 혼자 사는 집,
공간이 생기며 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아도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옷에서 해방된다는 것이
이렇게 큰 자유를 느끼게 해 준다니,
이건 경험해보지 않고는 느끼지 못할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자취를 하며
내 몸이 갑자기 너무 사랑스러워졌다거나,
만족감이 커졌다는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었다.
내가 느낀 변화는 '자연스러움'이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내 몸을 바라볼 수 있는 자유의 의미였다.
어디 보자,
요즘 잘 먹고 다녔는데 얼마나 살이 붙었는지
오늘 밤 확인을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