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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창 신부범 Feb 06. 2020

어쩌다 살아난 식물 하나에 행복했다

그 이야기의 내막을 들어 보실래요

우리 부서 모 직원이 있다. 그는 하는 일마다 칭찬을 받을 만큼 일처리도 똑 부러진다. 거기에 외모도 준수하다. 성격도 쾌활하고 사교성도 좋아 직원들과의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일, 외모, 성격, 직장생활에 필요한 3박자를 두루 갖췄다. 이런 그에게 회사가 망하거나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직장생활의 애로사항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어느 책을 보니 조직생활에서 세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다.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중 첫 번째 유형을 선호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윤추구가 목표인 회사가 이윤을 얻는데 부합는 직원을 배려하지 않는 현상이 오히려 이상할모른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듯, 반대로 직원은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는 회사의 발전에 기여를 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겠지만 엄밀한 잣대로 회사에 의해 자신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고 그렇게 하려면 회사 눈밖에 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라는 게 더 솔직한 노력인지 모른다.


어쨌든 일, 외모, 성격 3박자를 두루 갖춘 우리 부서 모 직원은 회사 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퇴사를 하겠다고 사직서를 내밀었다. 퇴사하고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퇴사를 말해 적잖게 당황했다. 그래서 퇴사를 말려보기도 했지만 퇴사의 명분이 그를 더 이상 붙잡을 수는 없었다.


다름 아닌 어머니 병간호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어머니는 수년 전에 위암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그 이후 별 이상 없이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게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던 중 어느 날부터 몸에 이상을 느껴 검진을 받았는데 암이 재발됐다고 했다. 암은 재발이 가장 무섭다고 알려져 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식물 하나가 되살아났음을 알고 무척이나 기뻤다

더군다나 어머니의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을 것으로 나타나 그에 상심도 컸다. 이런 어머니의 곁을 지켜 줄 가족이라고는 본인뿐이라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무리 그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직원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상황이라면 '어머니의 쾌유를 빈다'는 위로와 함께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근무 마지막 날 '그동안 잘 지도해 주셔서 고마웠다'며 음지식물 몇 종류를 나에게 선물했다. 그는 그러면서 'OO님이시라면 잘 키우실 것 같아요'라며 죽이지 말고 잘 키우라는 반어적 당부도 했다. 그렇게 그가 불가피한 퇴사를 하고 나는 그가 주고 간 선물에 때가 되면 물도 주고 어디 이상한 곳은 없나 살펴보기도 하면서 나름 공들여 관리를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물을 주려다 잘 못 건드려 화분 하나를  바닥으로 떨여 뜨리고 말았다. 애지중지 주워 다시 심었는데 그중 식물 하나가 하루가 지나자 시들시들 축처저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식물이 언제 어느 때 다시 되살아 났는지 어제 아침 물을 주려고 살펴보니 멀쩡하게 살아 생기 발랄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이를 보는 순간 기쁨의 웃음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은 탓인지 나머지 식물들에 비해 크기는 현저히 적었다. 하지만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만큼 정말 기뻤다. 죽었다고 포기한 그 식물이 이렇게 다시 살아난 꿋꿋한 생명력 그 자체만으로도 그 녀석이 고마웠고 더불어 내 마음도 행복해 짐을 느꼈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서만 있지 않고 사소한 경우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한 봉지에 천원도 안 되는 값싼 라면 하나라도 맛있게  끓여먹을 수 있을 때.. 길거리에 산 만 원짜리 옷이라도 마음에 들어 입을 때.. 습기 가득히 머금은 곰팡이 냄새 풀~풀~ 풍기는 지하방이지만 꿀잠을 잘 수 있을 때.. 그런 것들이 바로 거창하지도 않은 사소한 행복은 아닐까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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